'9회 말 투 아웃 투 스트라이크 스리 볼.'50년가량을 야구계에 몸담아 온 김인식 감독에게 이런 위기 상황은 언제였을까.

그는 쌍방울 레이더스 감독이었던 1992년 코치들과 함께 계약기간 중간에 팀을 떠나게 됐다. 사퇴 후 신문에 칼럼도 쓰고 대학을 돌며 선수들을 지도했다. 하지만 훗날 당시 동료 및 선수들과 소주 한잔 기울일 때 그들이 다른 구단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엄청난 경제적 고통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그래서 임기 중 퇴진하는 후배 감독들에게 코치도 꼭 돌봐 주라고 당부한다.

김 감독만큼 야구 인생에 굴곡이 많은 사람도 드물다. 배재중 2학년 때 야구에 입문한 뒤 3학년인 1961년 대한체육회로부터 최우수 선수로 뽑혔다. 그러나 한창 시절인 25세 때 어깨 부상으로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한화 이글스 감독이었던 2004년 12월 또 한번 시련을 맞았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것.그는 불굴의 의지로 재활에 성공,불과 한 달 만에 다시 걷기 시작했다. 선수들에겐 자상한 아버지 같고 경기장에서는 냉철한 승부사로 변신하는 그의 리더십은 삶의 시련기 때마다 더욱 단단하게 담금질돼 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