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투자자들의 고민도 날로 깊어가고 있다. 과거 고수익을 안겨주었던 주식과 부동산 투자는 아직 조심스럽고,은행 예금이나 국채만으로는 수익률이 기대에 차지 않아서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는 두 가지 상품이 있다. 바로 금과 원유다.

지난해 경기침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올 2월까지 주식 ·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동안에도 금값은 오히려 상승했다. 돌이켜 보면 경기 침체기와 테러 등 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대두됐을 때 금값은 더 강했다. 그 때마다 금은 투자자들의 높아진 위험회피 성향을 반영해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서의 투자가치가 부각됐다.

반면 같은 기간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원유 가격은 급락했다. 경기침체는 생산활동의 위축을 가져와 생산활동의 필수재인 원유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같은 상품(commodity)에 속하면서도 금과 원유는 '경기'라는 같은 변수에 서로 다른 반응을 보여준다.

지난달 중순 이후에도 금과 원유 가격의 차별화는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전과는 다른 방향이다. 금값이 하락횡보 국면에 있는 반면 원유 가격은 상승 쪽으로 방향을 튼 모습이다. 경기 바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기대가 아직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최근 주가 상승의 호재로 작용했던 미국 주택경기 지표도 경기회복의 신호인지,아니면 하락 추세 속 일시적 되돌림인지는 향후 추이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올해를 저점으로 다시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어 원유의 경우 수요 모멘텀과 함께 시중 유동성 유입에 따른 가장 큰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원유 관련 상품에 관심을 갖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 관련 상품으로는 원유(WTI)선물이나 ETF(상장지수펀드) 등에 투자하는 파생상품펀드,그리고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설계된 파생결합증권과 같은 구조화상품이 있다.

이와 달리 금의 경우 글로벌 경기회복 국면에서 다른 상품이나 위험자산에 비해 다소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금 상품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야 하는 이유는 금의 또 다른 기능 때문이다. 금은 경기침체 복구 노력 등으로 약해진 재정기반이 통화가치를 훼손하는 동안에는 이에 대한 헤지수단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특히 위기 극복을 위한 미국 정부의 부양정책은 재정건전성을 훼손할 것이고,시중에 대규모로 공급된 달러는 향후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 그동안의 공급 과잉에 따른 가치 하락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금은 중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및 달러가치 하락의 헤지역할을 해줄 것이다.

금이 향후 달러의 대체재로 성공적인 전환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면,금 선물에 투자하는 파생상품펀드 또는 금값과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금광업 및 귀금속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가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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