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과연 꿈꿀 수 있을까. 보통 사람이라면 아마 살아온 지난날들을 정리하기에도 빠듯해 새 일에 도전할 여유를 갖기 힘들 게다. 하지만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87)은 달랐다. 신 회장은 1995년 11월 73세의 나이로 다소 '무모한' 도전을 한다. 서울 잠실에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랜드마크인 제2롯데월드를 짓기로 한 것.총 2조원을 투자해 높이 555m의 112층짜리 초고층빌딩을 세우는 매머드급 프로젝트이다. 완공까지 25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고,완공 후에도 연15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하니 경제위기 극복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14년간 신 회장의 꿈은 숱한 벽에 부딪쳤다. 정부의 불허 방침에 한때 그 꿈은 산산조각이 나는 듯했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지난달 말 정부의 최종 허가를 이끌어냈다.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는 2014년 신 회장은 92세가 된다. 일흔에 꾼 꿈을 아흔에 이루는 노(老)경영인의 집념이 새삼 놀랍기만 하다.

김수찬 오피니언 부장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