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시간에 한층 여유가 생겨 좋아요. "

"은행 가랴,가게 문 열랴 오후에는 정신이 없습니다. "

은행 영업시간이 '오전 9시~오후 4시'로 바뀐 첫날인 1일 고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오전엔 한산,오후에는 혼란

이날 오전 대부분의 은행 영업점들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오전 9시~9시30분에 은행을 방문한 고객들은 영업점별로 10여명에 그쳤고 영업을 준비하는 직원들만 분주했다.

오전 9시 은행 문이 열리자마자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영업부를 찾은 병원장 김용진씨는 "9시30분에 진료를 시작하는데 그 전에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진료를 준비하는 데 한결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합정점에서 1번 번호표를 뽑은 녹즙 배달원 정모씨도 "배달하기 전 잔돈이 꼭 필요해 편의점에서 물건을 산 뒤 교환했었다"며 "이제는 은행에서 마음 놓고 잔돈을 바꿔갈 수 있어 좋다"고 반겼다. 직장인 김홍철씨도 "지금까지 출근한 뒤 은행에 가곤 했는데 앞으로는 출근길에 은행을 찾을 수 있어 편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후 3시가 넘어서자 평소보다 많은 고객이 몰려 창구는 어수선했다. 은행 문을 30분 빨리 닫는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았다. 개인사업자 김모씨는 "그동안 거래처에서 오후 4시까지 수금하고 은행 문 닫는 시간에 맞춰 겨우 입금했는데 이제 더 바빠졌다"며 "마감시간 전에 입금하려면 거래처를 재촉해야 하는데 그러다 관계가 안 좋아질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장모씨도 "전에는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은행에 들러 전날 수입을 통장에 넣은 뒤 5시쯤 가게 문을 열었는데 앞으로는 은행 가랴,가게 문 열랴 정신이 없을 것 같다"고 불평했다.

◆수표 · 약속어음 마감 시간도 당겨져

영업시간이 앞당겨지면서 ATM · CD(현금자동입출금기) 등 자동화기기 이용 수수료를 받지 않는 영업시간도 '오전 9시~오후 6시'에서 '오전 8시30분~오후 6시'로 바뀌었다. ATM을 통한 자기앞수표 입금 마감시간도 오후 5시에서 4시30분으로 앞당겨졌다. 타행 자기앞수표를 입금한 뒤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는 시간도 다음날 오후 2시50분 이후에서 2시20분 이후로 30분 빨라졌다.

약속어음 당좌수표 가계수표의 결제대금 입금 시간은 오후 2시30분에서 2시로 당겨졌다. 기업들이 전자어음 만기일에 부도를 막기 위해 입금해야 하는 시간 역시 오후 4시30분에서 4시로 단축됐다.

영업시간을 바꾸지 않은 SC제일 HSBC 등 일부 은행들도 타행 자기앞수표 현금 인출,약속어음 · 당좌수표 결제,전자어음 업무시간 등 은행 간 공동 전산망을 이용하는 서비스는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각각 30분씩 앞당겼다.

강동균/유창재/이태훈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