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공장간 생산물량 조정에 합의했다고 한다. 공장 이기주의 때문에 어떤 라인은 일감이 밀리고 어떤 라인은 일손을 놓고 있는 게 지금의 형편이고 보면 유연한 생산체제 구축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이번 합의는 현대차 노사가 물량조정 공동위원회를 구성한 지 한 달 만에 이뤄낸 성과다. 특히 울산 1~5공장,아산,전주 등 국내 7개 공장간 생산물량 이전을 수시로 논의할 상설 노사협의체를 구성키로 한 데다, 개별공장 대의원들이 반대하더라도 노조집행부와 사측이 합의하면 물량이전이 가능하도록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세계시장 동향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자동차산업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업계의 선제적 자구(自救)노력을 요구한 점,글로벌 경기침체,공장간 근로자 소득격차 등이 이번 합의에 영향을 미친 요인일 것이다.

하지만 물량조정제가 원만히 정착될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 제도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상설협의체가 효율적으로 가동돼야 하지만 이 회사 노사관계의 과거 행태를 볼 때 이를 낙관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차노사는 회사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사실에 유념하면서 성실히 협의를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자구노력에도 한층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 현대차 노조의 임단협안을 보면 고통 분담에 나설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노조는 기본급 8만7709원(4.9%) 인상과 함께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수많은 기업들이 임금삭감에 나서고 있는 현실에서는 누가 봐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이런 식이라면 정부가 요구한 선제적 자구노력 요건조차 충족시키기 어려울 게 틀림없다.

누차 강조했지만 지금이야말로 우리 자동차산업의 위상을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다. GM 크라이슬러가 파산위기에 처하는 등 세계자동차 업계는 요즘 어렵기 짝이 없다. 이런 때일수록 노사가 고통을 분담하며 세계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회사이익을 극대화하는데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 현대차 노사가 물량조정 합의를 계기로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또 한번의 도약(跳躍)을 이뤄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