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가 정부의 추가 구제금융 지원을 받지 못한 채 2개월 동안 강도높은 구조조정안을 다시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시장에서는 GM이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한 후 기업회생절차를 밟을 것이란 전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정부 관리들도 파산보호신청이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인식에 따라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들어갔다. 정부 관계자는 또 릭 왜고너 GM 최고경영자(CEO)의 퇴진에 이어 6명의 이사회 멤버들도 조만간 교체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정부가 GM과 크라이슬러의 구조조정에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채권단 및 노조 문제를 풀기 위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파산보호)를 신청한 뒤 '굿 컴퍼니'와 '배드 컴퍼니'를 분리하는 방안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보레''뷰익''캐딜락' 등 경쟁력 있는 브랜드와 해외 사업장을 묶어 독립법인(굿 GM)으로 설립하고,기존 부채와 노조와의 계약, 경쟁력 없는 브랜드 등은 배드 컴퍼니인 GM에 그대로 남겨두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신설되는 '굿 GM'은 정부의 금융지원을 받아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다. 특히 기존 부채는 물론 노조와 맺은 계약으로 인한 경영 부담을 덜 수 있어 단시일 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백악관 자동차 태스크포스(TF)는 보고 있다.

GM이 2월17일 정부에 제출한 자구안에 따르면 이 같은 방식으로 '굿 컴퍼니'를 만들면 현재 22%인 미 시장 점유율은 19% 정도로 낮아지게 된다. GM은 올초부터 파산 전문 변호사를 고용해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해왔다. 오바마 행정부의 자동차 TF는 기업회생절차를 통한 신속한 구조조정이 가장 효율적인 회사 정상화 방안이라는 점을 GM 경영진에 통보했다. 릭 왜고너 후임으로 GM의 경영사령탑을 맡은 프리츠 헨더슨 CEO도 이날 CNBC방송에 나와 "법원 밖에서 구조조정을 완결 짓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파산을 포함해 GM의 구조조정에 필요하다면 어떤 조치도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GM이 법원 밖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해선 채권단과 노조의 양보가 필수적이다. 때문에 채권단과 노조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여부가 GM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GM은 280억달러의 채무 중 3분의 2를 출자전환하기 위한 협상을 채권단과 벌여야 한다. 노조는 채권단이 먼저 출자 전환에 나서야 퇴직자건강보험기금 출연 문제 등을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정부가 부여한 60일 안에 새로운 노동계약을 다시 맺고 무보증채에 대한 출자전환 협상 타결을 이끌어내기가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백악관 자동차 TF는 이해관계자들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 뒤,만족스런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굿 컴퍼니-배드 컴퍼니 분리라는 계획된 회사정리절차를 통해 GM 정상화를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로버트 나델리 크라이슬러 CEO는 이날 "이탈리아 피아트와 제휴 골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피아트는 협력 초기에 기술 이전 대가로 지분 20%를 갖기로 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