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피터스'를 경영학의 대가로 끌어올린 '초우량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 · 1988년 발행)'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고전이다.

우선 미국 유력 경제잡지 포천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서 1위(1981~2000년 기준)에 꼽힐 정도로 업계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각 분야별 최고의 성과를 거둔 미국 기업을 선정해 그들의 성공요인을 집중적으로 해부한 점이 독자의 눈을 잡아 끌었다.

특히 성공 기업의 사례를 분석하고,이를 통해 공통의 경영 원리를 찾는 책의 접근방식은 후학들의 연구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의미는 당시 산업계를 지배하고 있던 미국식 경영스타일과 합리주의적 패러다임이 가진 한계를 대담하게 지적했다는 점이다.

이때까지의 경영 이론은 합리주의 분석에 입각해 기업 활동을 계량화하는 데 몰두했었다. 적어도 미국에서 경영자란 일체의 감정이 배제된 채 합리주의로 치장한 냉혈한으로 인식됐다. 즉 정보를 엄밀히 분석해 객관화시키는 데 치중함으로써 수치화된 정보가 없으면 어떠한 의사결정도 내리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1970년대 발생한 두 번의 오일쇼크와 이에 따른 미국 경제의 불황,그리고 일본 기업의 승승장구는 더 이상 분석적이고 계량적인 모델만으로는 경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회의를 불러 일으켰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경영자들의 문제의식에 새로운 지평을 제공했던 셈이다.

사실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실행과 시행착오에 대한 격려''고객이나 종업원에 대한 관심''공유 가치와 규율의 강조' 등은 대단히 독창적이라고 할 수 없다. 너무나 기본적인,하지만 그동안 지극히 간과되었던 내용들이다. 저자들이 주장한 대로 경영을 전략,구조,시스템 등 하드(hard)한 측면과 가치,사람,스타일,스킬 등 소프트(soft)한 측면으로 구분한다면 그동안 일방적으로 하드한 요소만 강조했지 소프트 파워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초우량 기업인 3M P&G GE IBM 인텔 등은 거대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작은 조직이 움직이는 것처럼 기업가 정신과 자율성이 넘치는 조직을 지향했다.

결국 저자들이 말하는 바람직한 경영자란 두꺼운 보고서와 수치에 빠져 헤매는 존재가 아니다. 고객이나 종업원들과 호흡하면서 현장을 누비는 전도사 같은 존재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