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부터 2005년경까지 계속된 부동산시장 대세 상승기를 가장 먼저 이끌었던 종목을 들라면 역시 아파트 분양권을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다. 풍부한 시중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들면서 먼저 서울 및 수도권 택지지구의 분양권시장을 자극하면,뒤 이어 재건축 아파트→일반 아파트→토지→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등의 순서로 가격이 급등하는 양상을 띠었다.

실제로 이 기간에 수도권 택지지구에서 분양됐던 아파트들은 거의 대부분 분양 당첨자 발표가 이뤄지는 날이면 으레 모델하우스 근처에 수십~수백개의 '떳다방'들이 출현,자기들끼리 거래를 성사시키며 하루 밤 사이에 수백만~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을 붙였다. 물론 부동산 시장 과열현상을 막기 위해 노무현 정부가 2003년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5 · 23대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투자대상 가운데 가장 먼저 '거품'이 빠졌다.

그렇지만 노무현 정부 때 박아 둔 부동산 '대못'이 사실상 거의 모두 제거된 현상황에서 시중자금이 움직이기 시작할 경우 가장 먼저 분양권 시장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예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분양권은 수천만원대의 계약금만 있으면 투자할수 있어 부동산 투자대상 가운데 비교적 '몸이 가벼운' 상품에 속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에 관심은 있지만 자금부담 때문에 실제 투자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샐러리맨 입장에서도 손쉽게 투자할수 있다는 게 분양권 투자의 강점으로 꼽힌다.

◆규제 완전히 풀린 분양권 시장

정부가 작년에 발표한 11 · 3대책에 따라 강남 서초 송파구 등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 거의 모든 지역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됐다. 강남 3구 역시 조만간 투기과열지구로부터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투기과열지구에서 풀리면 해당 지역에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은 아파트는 계약한 이후부터 자유롭게 분양권을 거래할 수 있다.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전매제한 기간도 대폭 완화됐다. 최근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 심의를 통과함에 따라 수도권 공공택지 내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의 전매제한 기간이 과밀억제권역의 경우 85㎡이하는 기존 7년에서 5년으로,85㎡초과는 5년에서 3년으로 각각 줄어들었다. 또 나머지 지역은 85㎡이하인 경우 기존 5년에서 3년으로,85㎡초과는 3년에서 1년(투기과열지구는 3년)으로 완화됐다.

수도권 민간택지의 경우도 공공택지와의 형평성을 감안해 전매제한 기간을 과밀억제권역의 경우 85㎡이하는 5년에서 3년으로,85㎡초과는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도록 했다. 나머지 지역의 민간택지 전매제한 기간은 1년(투기과열지구 3년)으로 현행대로 유지된다.

◆시장 분위기는

분양권 거래관련 규제가 풀린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아직 분양권 거래가 활성화되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자금난을 겪고 있는 투자자 가운데 전매제한에서 풀린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들도 더러 눈에 띈다는 게 일선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 주변에서 영업중인 W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매제한 규제가 풀리자 중도금 잔금 마련이 힘든 사람들이 분양권을 팔려고 내놓고 있다"며 "매도자들은 500만~2000만원의 웃돈을 얹어 내놓았지만 매수 문의가 없어 거래는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사정이 급한 사람은 웃돈 없이 분양가에 팔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전문가들 가운데는 "지금 당장의 시장상황보다는 앞으로 경기가 회복됐을 때를 감안해 분양권 시장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많다. 강우신 기업은행 파크뷰지점 PB팀장은 "아파트 분양권은 소액 투자자들도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어서 경기회복기에 가장 먼저 시장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은 상품"이라며 "판교신도시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 나오는 분양권을 눈여겨 봤다가 한발짝 앞서 움직이는 것도 좋은 투자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매제한 풀리는 아파트 단지들

정부의 전매제한 완화조치에 성남 판교신도시의 85㎡초과 중대형주택은 매물로 나와 곧바로 거래할 수 있다. 판교신도시 중소형 주택은 전매제한이 5년이어서 2년가량은 더 지나야 거래가 가능해진다.

인천 청라지구 분양 아파트들은 최근 비과밀지역으로 분류되면서 전매제한 혜택을 보게 됐다. 85㎡초과의 경우 분양한지 1년만 지나면 바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지고 85㎡초과의 경우는 3년이 지나야 한다. 지난해 6월 분양했던 청라 호반베르디움 85㎡초과의 경우 오는 6월이면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진다.

파주시 교하신도시의 대부분 중대형 아파트들은 바로 전매가 가능해질 전망이고 김포한강신도시에서 지난해 분양했던 아파트도 전매제한 기간(1년)이 올해 만료돼 대부분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