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2007년 복제의약품의 약효를 입증하기 위해 재평가대상으로 선정한 의약품은 23가지 성분이다.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이 의무화된 2005년 이전에 출시된 처방약 20가지 성분과 2006년에 대한의사협회가 약효가 미달되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검증을 요구한 3가지 성분이 이번 재평가 대상에 올랐다.

생동성시험은 오리지널약과 복제약의 약효가 같은지를 평가한다. 사람에게 약물을 투여하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혈중 약물농도를 측정해 복제약의 혈중 농도가 오리지널약의 80~125% 수준이면 적합 판정을 받는다.

2095개 복제약 품목에 대한 생동성시험 과정에서 1212개 품목(57.9%)은 평가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약효에 자신이 없거나 시장성이 떨어지는 제품이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4개 품목(0.6%)은 부적합으로 판정됐다. 복제약의 약효가 오리지널 약의 80% 수준에도 미달했다는 얘기다. 부적합 판정 품목 중에서 대웅제약 일양약품 등 유명 제약사 제품까지 포함됐다. 이처럼 전체 재평가 대상의 58.5%가 사실상 부적격 의약품으로 판명된 결과는 특징없는 카피약을 경쟁적으로 만든 뒤 리베이트 지급 등 편법을 써가며 출혈경쟁에 나서온 국내 제약업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특히 대웅제약이 외국에서 원료를 수입해 복제한 고지혈증치료제 '대웅 심바스타틴정 20㎎'은 오리지널 약물 대비 80% 미만의 효과를 보였는데 동일 원료로 위탁 생산한 광동제약 일양약품 현대약품 환인제약 삼진제약 한올제약 드림파마 신일제약 스카이뉴팜 알앤피코리아 파마킹 한국메디텍제약 등 12개 업체의 품목도 무더기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일양약품의 항생제 '일양 세프라딘캡슐 250㎎'도 약효가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염산메트포르민 글리클라짓(당뇨약),말레인산돔페리돈 레보설피리드(위장관운동촉진제),시메티딘 염산라니티딘 파모티딘(위산분비억제제),레보플록사신 오플록사신 염산시프로플록사신(항균제),아목시실린 록시스로마이신 세파드록실 세파클러(항생제),이트라코나졸(항진균제),아시클로버(항바이러스제),말레인산에날라프릴 아테놀올 펠로디핀(고혈압약),알프라졸람(수면진정제),탈니플루메이트(소염진통제) 등 병의원에서 흔히 처방하는 약들이 재평가 대상에 포함돼 환자들의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식약청의 늑장대응도 문제다. 식약청은 2007년 말 평가를 마치고 나서도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내리지 않아 품질이 떨어지는 약물이 현재까지 처방되도록 방조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웅 심바스타틴정 20㎎' 등 대웅제약이 생산한 13개 부적합 품목의 경우 지난해 총 117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생동성시험은 임상시험에 버금갈 정도로 진행기간이 긴 데다 약품 1건당 시험 비용도 평균 5000만~7000만원으로 높다"며 "대웅제약이 자료 제출을 계속 미루는 바람에 최근에서야 결론이 내려졌을 뿐 많이 처방되는 약물은 대체로 약효가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한편 식약청은 지난해 시중에 유통 중인 1995개 품목(대부분 한방 일반의약품)을 대상으로 주요국 의약품집과 유명 의약학술지 등의 문헌자료에 근거해 약효를 재평가한 결과 741개 품목은 평가자료를 내지 않았고,3개 품목은 부적합으로 판정돼 대상 품목의 37.3%가 부적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황청심원에 대해선 효능에서 '뇌일혈'(뇌내 출혈)과 '호흡곤란'을 삭제하고 홍화 도인 목단피 함유 약제는 유산 또는 조산의 우려가 있어 임신부에게 복용하지 않도록 허가사항을 변경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