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저금리로 인해 자산 운용에 골치를 앓고 있다. 주요 운용처인 채권수익률이 크게 낮아지고 회사채의 경우 부도 위험이 높아져 자산 운용수익률 목표치조차 잡지 못한 채 현금보유액만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목표 수익률조차 못잡아

19일 현대증권에 따르면 보험권의 월평균 채권보유액은 지난해 11~12월 3조4400억원 감소한 데 이어 올 1월 2000억원,2월 3300억원 순증하는 데 그쳤다. 2004~2008년까지 월평균 채권보유 순증 규모가 7400억원에 달했고 최근 2년간 매달 4600억원씩 증가하던 데 비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경제 여건이 불확실해 구체적인 수익률 목표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며 "저금리로 채권수익률이 크게 떨어진 데다 금리가 높은 회사채의 경우 부도위험은 커져 자산운용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자산으로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보험사들은 국공채 위주로 채권을 사고 있지만 금리가 낮아 역마진을 우려하고 있다.

◆해외 투자는 중단

4월부터 도입되는 '위험기준 지급여력제도'(RBC)로 인해 보험사들은 자산 포트폴리오를 장기 국공채 위주로 개편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RBC는 보험사가 주가 금리 환율의 변동 위험과 금융시장의 다양한 위험 요인을 반영해 적절한 자기자본을 확보하도록 하는 제도로,운용자산의 대부분을 국고채 장기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지급여력 비율이 높아진다.

하지만 국내에선 장기채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해외 투자도 사실상 중단됐다. 지난해 부채담보부채권(CDO) 등 해외 파생상품 투자와 메이도프 사기 등으로 큰 손실을 본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자산을 현금으로 놔두는 곳도 늘고 있다. 모 대형 생명보험사의 경우 2월 말 현재 현금자산이 전체 자산의 7%에 달하는 등 보험사의 유동성 자산 보유 규모가 5~1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관대출 아파트대출 등 틈새시장 공략

자산 운용이 어렵다 보니 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약관대출(보험계약자를 대상으로 해약환급금 내에서 대출해주는 제도)이나 아파트 담보대출 등을 공략하기도 한다. 보험사의 약관대출 금리는 연 8~10%대다.

보험사들은 또 장기 안정적인 고수익이 가능한 초과수익처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즉 사회간접자본(SOC) 등 정부가 수익률을 보장하는 투자라든가 국내 우량기업이나 공기업의 해외발행 채권 등을 노리고 있다. 이와 함께 주가가 충분히 떨어졌다며 장기투자 유망종목 발굴 등 주식투자 규모 확대를 검토하는 곳도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