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를 이끌어가던 주엔진인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보조엔진 역할을 하던 중국의 경제성장도 크게 둔화되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는 중국의 수출을 위축시키면서 중국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우리 기업의 대중 수출도 위축시키고 있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외자를 끌어들여 생산체제를 구축,여기서 생산되는 제품을 수출해 이 과정에서 외화 획득,고용 확대,기술 도입 등의 효과를 얻는 이른바 '세계의 공장' 전략을 구사해 왔다. 1992년 수교 이후 중국을 가공 수출기지로 적극 이용한 우리나라는 중국 경제개방에 따른 가장 큰 수혜국 중 하나가 됐고,중국 역시 한국기업의 현지 진출로 큰 효과를 얻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라 우리나라의 수출이 작년 11월 이후 급격하게 감소하는 가운데 대중수출 감소폭도 두드러지고 있다. 대중 수출의 둔화와 감소는 우리 산업활동 전반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교역환경과 중국시장의 환경 변화를 감안할 때 시급히 해결해야 할 근본적 대책은 기존 가공기지 활용 방식을 내수진출 전략으로 바꾸는 일이다. 우리와 비슷하게 중국을 가공기지로 이용해 왔고 또 비슷한 정도로 수출에 충격을 받고 있는 싱가포르,대만,홍콩 등 이른바 '동아시아의 강소국'들도 이미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국운을 건 노력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물론 내수시장 진출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 많은 자금과 시간,그리고 노력이 필요하고 리스크도 훨씬 크다. 또 내수시장 개척과정에서 상대해야 할 고객은 다양하게 세분된 중국의 소비자들이다. 중국에 대한 깊은 이해와 풍부한 경험이 있어야만 해결할 수 있는 과제들이다.

중국의 내수시장 개척에서는 첫째,방대하고 지역적으로 다양한 점을 감안한 지역별,계층별 맞춤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노키아가 저소득층을 겨냥해 저가의 흑백 스크린에다 먼지방지 기능을 추가한 핸드폰 제품을 출시해 히트한 것은 좋은 벤치마킹 사례다. 경쟁이 심한 연해지역보다 내륙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지 시장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는 대지진으로 고통받는 쓰촨성 지역에서 모든 판매상들이 학교를 하나씩 맡아 지원하는 '희망공정' 프로그램을 실시해 기업 이미지를 더욱 높이고 있다.

둘째,중국의 내수부양 정책을 이용한 산업별 틈새시장 발굴이 긴요하다. 전체 투자액 4조 위안 중 96%가 인프라 구축,환경정비 등에 투입될 계획인 만큼 철도 공항 발전소 등 대형 건설사업이나 신재생에너지 오염정화시설 등 환경정비 사업에 진출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중국이 방대하고 유통구조가 복잡한 점을 감안해 물류망과 유통망 확보에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 공동물류망을 구축하고,이를 유통망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 홈쇼핑,할인매장 등 중국진출 국내 유통업체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그리고 중국 내수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대만,홍콩 기업의 경험과 노하우를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이들 기업은 동질적인 언어와 문화를 바탕으로 현지소비자의 기호에 잘 맞는 제품으로 내수시장을 개척해 왔으며 현지 상관행에도 익숙하다. 대만의 캉스푸(康師傅) 라면이 중국에서 절반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비결은 중국인의 입맛을 이해한 게 배경이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동주공제(同舟共濟 · 어려움 속에서 힘을 합치다)'라는 중국 속담으로 미 · 중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지만 이 속담을 진지하게 숙고해야 할 곳은 정작 한 · 중 관계가 아닐까 한다. 단순한 이용 대상이 아니라 공존공생의 동반자로 볼 때 중국은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