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분양가 뻥튀기기’ 안 되는 까닭
1960년대나 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엔 먹거리가 그다지 풍족하지 않았다.

그 당시 아이들이 그나마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간식거리는 쌀이나 옥수수 따위를 튀겨 만든 과자였다.

큰 호리병같이 생긴 주물기계가 빙빙 돌아가다 어느 순간 '뻥!' 하고 터지면서 흰 연기와 함께 튀긴 강냉이를 쏟아내는 장면은 웬만한 동네에선 다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오히려 웰빙식으로 다시 각광받기도 하는 이 과자 이름은 '뻥튀기'이다.

사전에선 이를 '쌀,감자,옥수수 따위를 불에 단 틀에 넣어 밀폐하고 가열해 튀겨 낸 막과자'라고 풀고 있다.

튀겨져 나올 때 뻥 하는 소리가 나는 데서 생긴 이름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뻥튀기는 원래 크기에 비해 몇 배로 부풀려지기 때문에 '어떤 사실이나 물건 따위를 과장해 크게 부풀리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도 많이 쓰인다.

# 아파트 분양가 뻥튀기가 건설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 건설업체들의 분양가 뻥튀기기는 비단 이 업체뿐만 아니다.

1998년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가 시행된 이후 한 채에 몇 억 원씩 하는 분양가가 실제 원가에 비해 많이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언론에도 '분양가 뻥튀기'가 자주 등장했다.

그런데 이 말은 자세히 보면 조금 다른 형태로도 많이 쓰인다.

끝에 '-기'자가 하나 더 붙는 것이다.

몇 년 전 인터넷 말글 관련 한 카페에서는 이 '분양가 뻥튀기'와 '분양가 뻥튀기기'를 두고 작은 논쟁이 붙은 적이 있었다.

어떤 게 올바른 쓰임새이냐는 게 논쟁의 요지였다.

사전적으로 이 말은 '뻥튀기'로 올라 있는 단어다.

'뻥튀기기'란 말은 없다.

물론 그 동사 형태인 '뻥튀다'나 '뻥튀기다'란 말도 없다.

그럼 '뻥튀기'란 말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우선 '뻥튀기'이든 '뻥튀기기'이든 그 의미 중심은 '튀'에 있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사전적 풀이나 우리의 일반적 인식에서 볼 때 '튀'의 뿌리는 '튀기다'로 보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나오는 '-기' 파생어는 '튀기기'가 돼야 한다는 게 우리의 일반적 어법이다. ('옮기다'에서 '옮기기','오르다'에서 '오르기' 등 우리말에서 동사를 명사형으로 만드는 '-기' 파생은 생산성이 매우 높아 무지하게 많다)

문제는 사전에 오른, 우리가 쓰는 실제 말은 '튀기(뻥튀기)'인데,그렇다면 이는 어간의 일부 '튀'만 취해 '-기'파생을 이룬 꼴이라,이런 사례는 거의 찾기 어려운 특이한 구조라는 점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튀다'에서 온 말로 볼 수는 없을까.

조어법상으로나 어원적으로나 이쪽이 좀더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이때는 어간 '튀'에 명사형 어미 '-기'가 결합한 구조(뻥+[튀+기])이므로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는 우리가 '뻥튀기'의 '튀기'를 실제로 '튀다'보다는 '튀기다'에서 온 말로 대부분 인식하고 있다는 게 한계다.

'분양가 뻥튀기'를 사람에 따라 '분양가 뻥튀기기'로 쓰기 십상인 것은 여기서 연유하는 것 같다.

실제로 '뻥튀기'의 사전적 풀이가 "쌀 따위를 열을 가해 '튀기는' 일. 또는 그 '튀긴' 과자"로 돼있어 '튀기다'가 밑말이 됐음을 짐작케 하는 근거로 작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뻥튀기'인지 '뻥튀기기'인지는 결국 '뻥튀기다'란 말이 가능한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 다음 회에 계속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