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첫 회식 자리에서 마신 술을 그대로 반납해 밥상에 예쁜 피자파이(?)를 반죽해 놓았다면…,얼굴빛조차 변하지 않고 상사들이 건네는 술을 모두 받아 마셨다면….어느 편에 속하느냐는 향후 직장생활의 향배를 좌우한다. 술을 기준으로 보면 직장인은 크게 두 부류다. 술을 즐기거나,즐기지는 않지만 음주 능력을 갖춘 주류(酒流)와 여러 이유로 음주를 포기한 비주류(非酒流)다. 직장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주류가 주류(主流)를 이루는 것 같다.

주류 대열에 편승하면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먼저 다수파인 주류 상사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각종 모임에 자주 초대받는다. 가무 실력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다. 흉금을 터놓고 직장생활의 노하우,고민거리를 대화하는 주류끼리의 결속력과 유대감은 혈연관계를 능가한다. 반면 비주류로 분류되면 일단 재미없는 사람으로 여겨져 인기가 별로 없다. 비주류도 선배들의 새로운 직장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얻고 싶지만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다. 누군가 이를 일컬어 '비주류로 사는 슬픔'이라고 표현했다.

주류에게도 애환과 고통이 따른다. 법적으로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따라 계속 · 반복적으로 하는 일을 '업무'라고 하는데 낮에는 본업,밤에는 음주업무(?)에 종사하는 투잡스가 겪는 심신의 피로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음주에 소비되는 시간적 · 경제적 손실도 크다. 술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절제하는 음주'가 '포기하는 음주'보다도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공감한다. 술을 끊고 싶지만 인간관계마저 끊길 것이 걱정되고,지속되는 음주로 결국 심각한 질환을 얻기도 한다. 이에 비해 비주류는 안정적으로 모든 역량을 직장생활에 집중할 수 있고,어학이나 취미활동 등으로 자신을 재충전하는 등 효율적인 시간 관리가 가능하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도 많아 가족의 사랑과 신뢰까지 덤으로 얻게 된다.

최근에는 상아탑의 대학생들까지 음주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 사회 전반에 이토록 술이 넘치는 이유는 아마도 암기식 교육,과열 경쟁으로 인한 자기 표현력 결핍과 적절한 놀이문화의 부재 탓이 아닐까. 술을 마셔야만 솔직한 자기 모습을 드러내고,서로 손쉽게 어울리기 위해 술의 힘에 기대는 것이다.

음주하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절주캠페인을 벌이는 등 음주관리경영을 하는 기업체가 늘고,심지어 와인의 국가인 프랑스나 스카치 위스키의 나라인 스코틀랜드 등 유럽 국가들도 과음 풍조를 규탄하면서 각종 음주 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술을 마시는 근본 요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타율적인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즐겁지만 후유증이 따르는 주류로 살 것인지,허전하지만 내실 있는 비주류의 삶을 선택할 것인지는 냉철한 손익 계산이 필요하다. 한번 선택하면 바꾸기도 어려우니 무방비 상태로 첫 회식에 임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