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은 13일 한국의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자본건전성 심사) 결과를 공개한 영국계 신용평가사 피치에 대해 "소송 등 법률적인 대응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피치의 평가로 인해 국내 은행들의 신인도가 손상될 경우 전적으로 피치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불확실한 가정을 사용해 부정적 결과를 공개적으로 발표한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피치의 평가가 공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같은 변수를 놓고 한국의 은행들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의 은행들을 함께 평가한 후 이를 서로 비교해야 한다"며 "왜 이 시점에서 그런 결과를 공개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피치 쪽에서는 신용평가의 일환이라고 하는데 무디스 등 다른 신용평가회사들은 이렇게 한 적이 없다"며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보고서가 원 · 달러 환율을 2010년까지 1497원으로 높게 가정해 외화자산을 과대 계상했고 개별 은행의 포트폴리오와 연체율 등이 각기 다른데 관련 자료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률적으로 손실 등을 추정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외국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스트레스 테스트가 원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가 나쁠 수밖에 없다"며 "이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가정이나 모델을 치밀하게 분석해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피치는 지난 12일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내년 말까지 18개 국내 은행들에서 대출자산 손실,유가증권 투자손실,환율 상승 등으로 42조원 규모의 자산 감소가 발생하고 국내 은행의 단순자기자본비율(TCE)이 작년 6월 말 6.4%에서 내년 말 4.0%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재형/김현석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