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이나 돌려보는 영화 장면처럼 또 다시 '외신 홍보'가 화두가 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해 파이낸셜타임즈,월스트리트저널 등 세계 유수 언론들이 한국 경제를 문제삼고 나서자 경제부처에 난리통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치 같은 각본이라도 들고 있는 듯 과거에 나왔던 대책들이 쏟아지고,유사한 행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장 · 차관이 외신기자들과 수시로 만나자" "외신대변인을 따로 두자" "한국경제 IR(설명회)를 하자" 등등.

해외언론 보도 하나에 온 나라가 법석을 떨어야 하는 약소국 처지가 서럽기도 하지만 매번 같은 영화를 봐야 하는 짜증이 오히려 앞선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작년 9월에도 이랬다. 1차 금융위기가 맹위를 떨쳤고 외신보도가 줄을 이었다. 정부는 외신대변인을 신설하겠다고 했고 외신기자들에게 정보를 잘 제공하고 간담회도 자주 열겠다고 했다. 지금 외신대변인은 찾아볼 수 없고,그때의 외신기자 간담회와 한국경제IR는 또 다시 레파토리로 등장했다.

윤증현 경제팀이 외신홍보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5일 외신기자 간담회를 직접 주재했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G20재무장관회의를 마친 후 한국경제 IR를 가질 계획이다.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코노미스트 본사를 방문해 우리 경제가 건실하다는 점을 각별히 주지시킬 예정이다.

'소통'을 중시하는 윤 장관이기에 열심히 할 것이라는 믿음은 가지만 제대로 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외신들이 왜 한국경제에 대해 부정적 보도를 하고 있는지,기사를 쓰는 사람들은 어떤 경로로 정보를 취득하고 있고 누구의 말을 신뢰하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대응다운 대응이 나올 수 있는데 그런 고민은 많지 않아 보여서다.

그런 점에서 금융계 인사들이 지적하는 말들을 정부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과거에도 정부 차원의 IR가 몇 차례 있었지만 참여했던 당국자들이 전반적으로 소극적이었고 현안에 대해 숙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IR를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오히려 하지 않는 것만 못한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