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필연적으로 기존의 시스템을 변화시킨다.

역사에서 큰 위기가 닥칠수록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해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이데올로기와 패러다임으로 무장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이 주인공들은 위기 속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갔다.

인류 문명사는 결국 이들 주인공이 만들어낸 역사이기도 했다.

⊙ 위기는 패러다임을 변화시킨다

[Cover Story]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은 모험과 개척정신에서 나온다
위기는 대부분 외부 환경의 충격이나 급작스러운 상황 변화에서 찾아온다.

서양 중세 1000년 역사를 뒤흔든 것은 흑사병이라는 전염병이었다.

흑사병으로 인해 당시 유럽인구의 4분의 1이 사망했다.

사람들은 흑사병을 피하려 안전한 곳으로 여기저기 옮겨 다녔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위기 속에서 르네상스가 싹텄다.

사람들은 흑사병을 피하려 모여든 곳에서 절망과 희망을 토론했다.

르네상스 문예의 백미인 단테의 신곡이나 복카치오의 데카메론이 이런 상황에서 나온 산물이다.

흑사병이 많은 사람을 죽인 것도 변화를 촉발했다.

길거리 사람을 보기 힘들다는 정도로 많은 사람이 죽으면서 사람의 몸값은 치솟았다.

사람의 몸값은 바로 임금이다.

반면 지대(땅값)는 크게 하락했다.

농사 지을 사람이 없어졌기 때문에 노는 땅이 급증했고 결과적으로 지대는 크게 떨어졌다.

임금은 오르고 지대는 떨어지는 역사적 과정이 바로 토지에 기반을 두고 있던 중세 봉건사회를 붕괴시키게 된 것이다.

그래서 맨큐 같은 경제학자들은 흑사병은 죽은 사람에게는 재앙이었지만 살아남은 사람에게는 축복이었다고 쓰고 있다.

결국 흑사병은 중세의 벽을 허물었으며 서양이 세계 역사의 주도권을 잡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었다.

⊙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은

20세기 초 미국에서 마차 운송망을 운영하는 기업은 80개가 넘었다.

마차가 미국 대륙을 뒤덮고 있을 때 자동차가 운송수단의 제왕이 될 것임을 예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직 미국 GM의 창립자 윌리엄 듀랜트만이 유일했다.

2륜 마차를 만들었던 듀랜트는 마차와 자동차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었다.

엔지니어인 그는 직접 시장의 움직임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으며 마차가 곧 없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20세기 미국의 대표 기업인 GM은 그렇게 탄생했다.

우리나라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만 하더라도 무선 인터넷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시 출간된 유망산업 예측 보고서에도 줄기세포 복제라든지 무선 인터넷 등장,1인 휴대폰시대 등은 한 줄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인터넷 엔진 야후의 창립자 제리 양은 곧 인터넷 혁명이 일어날 것을 예고하고 1995년에 이미 검색엔진 야후를 만들고 있었다.

소프트웨어 개발 엔지니어인 양은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과 상품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세상의 패러다임 변화를 시장을 통해 읽고 있었으며 과감한 모험정신과 개척정신을 발휘한 것이었다.

19세기 독일의 역사학자 레오폴드 폰 랑케는 역사를 바라보는 역사 의식은 바로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다며 위기 때야말로 현실을 직시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갖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이 끝난 뒤 만찬장에서 한 연설에서 이번의 경제위기는 일생 동안 한 번밖에 오지 않는 절대적인 찬스(Chance)라며 오바마 정권이 엄청난 기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미국 역사에서 어떤 다른 대통령보다 많은 자유를 가졌고 마음껏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하면서 새로운 이념, 새로운 체제의 서막을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예감한 듯 오바마는 재빠르게 교육 혁신과 의료체제 개선, 금융 투기 제재 등 과감한 개혁정책을 단행하고 있다.

위기 속에 등장한 오바마가 역사의 주인공으로 당당하게 나서고 있는 것이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지만 이를 제도개혁과 혁신의 계기로 받아들인다면 위기는 언제나 축복이 된다.

국내에서도 이번 금융위기로 인해 실업자가 늘어나고 젊은이들의 취직이 막혔으며 경제가 돌아가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한다.

이 위기는 물론 국내에서도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것임에는 분명하다.

패러다임 변화의 주인공은 바로 생글이들이다.

여러분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나설 10년 후에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한창 진행 중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패기, 통찰력, 투지 등이 필요하다.

물론 세계를 상대로 활약하는 글로벌정신도 중요하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절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바로 두려움 자체이다. 그것은 막연하고 이유도 없고 정당하지도 않은 두려움이다"고 얘기했다.

두려움을 없애고 호연지기(浩然之氣:거침없이 넓고 큰 기개)를 기르는 것이 바로 미래를 준비하는 힘이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