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매각 입찰에서 롯데가 탈락한 것일까,여전히 유력한 인수후보일까. 또 오비맥주가 국내 주류산업 발전에 기여할 발전에 기여할 여지가 별로 없는 해외 사모펀드로 넘어갈 수 있을까. 현 단계에선 오리무중이란 게 국내외 M&A(인수합병)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비맥주 지분 100%를 보유한 AB인베브는 매각 주간사인 JP모건 홍콩사무소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세계 유수의 사모펀드(PEF)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와 콜버그크라스로버츠(KKR)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8일 예비입찰에 참여한 국내외 주류업체,PEF 등 12곳 가운데 가장 높은 응찰가를 써낸 두 사모펀드에 실사 기회를 주고 본입찰을 실시키로 했다는 것.이들이 써낸 입찰가는 2조1000억원 안팎이고 롯데는 이에 훨씬 못미치는 가격을 제시해 우선협상자에서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블룸버그 통신이 지난 11일 홍콩발로 오비맥주 본입찰 대상자로 두 사모펀드가 선정되고 롯데는 탈락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M&A 전문가들과 주류업계에 따르면 아직 본입찰 참여자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란 관측이다. AB인베브가 롯데와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에 대해 응찰가를 다시 제시할 것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는 AB인베브가 오비맥주 매각 가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입찰가를 여러 번 제시할 수 있는 '프로그레시브 딜' 방식을 채택했기에 가능하다는 게 M&A업계의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오비맥주 매각은 AEF,KKR,MBK,롯데 4파전이 된다.

이와 관련,롯데 관계자는 "(입찰가를 다시 써내라는 통보를 받았는지)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롯데를 빼고 이번 '딜'(매각)이 진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오비맥주 인수에 대한 강한 의욕을 재확인했다.

AB인베브 측이 이미 높은 가격을 제시한 해외 PEF 외에 롯데와 국내 사모펀드에 다시 기회를 주는 데는 주류면허 취득 문제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해외 PEF가 국내 주류업체의 지분을 보유한 사례가 전혀 없는 만큼 AEF나 KKR이 인수할 경우 국세청으로부터 주류 면허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해외 펀드는 국내 주류산업 발전에 이바지한다기 보다는 인수 후 차액을 남겨 되파는 '바이아웃' 목적인 만큼 국세청이 주류면허를 쉽게 내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소주 '처음처럼'을 생산하는 두산주류BG 매각 과정에서도 주류면허 취득 문제가 해외 펀드보다는 롯데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윤성민/김진수/김용준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