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시작된 농촌 총각의 국제결혼 열풍이 어느덧 성숙기에 들어섰다.

최근 몇 년간 국제결혼의 증가 추세가 주춤하고 있지만,여전히 3만여명의 외국인 신부들이 한국 땅을 밟고 있다.

물론 국제결혼 중매업체를 통한 국제결혼 방식이 비인권적이며 여성의 상품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현재 한국 농촌사회에서 젊은 한국 여성들이 떠난 자리를 메운 외국인 신부들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먼저 농촌 사회에서의 출산 및 노동력 제공을 도맡아 하고 있다.

또 같은 지역의 외국인 신부들과 함께 어울리며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형성,자국의 문화를 한국 농촌 문화 구석구석에 조금씩 접목시키고 있다.

외국인 신부들이 우리나라를 진정한 의미의 다원화,다문화 사회로 이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언어로 인해 한국 가족 구성원들과 의사 소통의 어려움이나 남편의 구타나 고부간의 갈등,타지에서의 외로움 등으로 고통받는 외국인 신부들도 많다.

다행히 언론이나 여러 인권단체,정부가 외국인 신부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여전히 이들을 향한 사회 전반의 '열린 시각과 개방성의 부재'는 한국 사회 내에서의 다문화 가정이 겪는 고통의 근원적인 뿌리 역할을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제 곧 농촌 다문화 가정 1세대의 자녀들이 성장해 초등학교를 거쳐 상급학교에 진학하면서 시작된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는 남과 다른 피부색 혹은 적절한 사전 교육의 부재 등 여러 문화적 요소와 사회의 편견으로 성장 과정에서 큰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또 이런 상처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보다는 중 · 고교 재학 중 사춘기를 겪으며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4월1일 기준 강원도교육청의 학년별 학교 급별 다문화가정 학생 수 현황에 따르면 국제결혼 자녀 학생 수가 유치원의 경우 104명,초등학교 886명,중학교 87명,고등학교 27명으로 대부분의 다문화 가정 자녀가 초등학교에 재학 중 이다.

특히 일본과 미국,유럽 출신을 제외한 다문화 가정의 학생 수는 602명으로 역시 대다수가 초등학교 1~4학년에 재학 중이며 향후 6~7년 후 이들 학생들이 중 · 고등학생으로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우선 보건복지가족부가 다문화가정 복지정책으로 입국 전 결혼 준비기→가족관계 형성기→정착 및 자녀 양육기→역량강화기 등 4단계로 이루어진 '생애주기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 정책의 초점이 철저하게 외국인 신부의 입국 초기 적응만을 도와주는 데 그치고 만다는 문제점이 있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서비스'라는 이름답게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의 성장과정에도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예컨대 교과부와 협의해 학력이 부진한 다문화 가정 학생을 위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거나,그들이 성장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상담 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가져야할 개방성이다.

외국인 여성들이 한국 농촌으로 시집와서 아이들을 낳고 살아가게 된 근본적 원인은 어찌 보면 균형 개발을 도외시하고 도시를 중심으로 한 문명화만 중시해온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있다.

즉 농촌의 다문화 가정은 우리의 필요성에 의해 생겨난 필연적 존재이며,따라서 우리는 이들 계층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고 당당한 구성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적극 도와줘야 할 의무가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편견 없이 이들을 바라볼 수 있는 열린 시각과 마음이다.

하제영 생글기자(선덕고 3년) hajy1991@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