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아주지역 공관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이른바 '신 아시아 외교구상'을 발표했다. 금융위기와 기후변화 등 세계적인 현안 해결을 주도(主導)하고 우리의 협력대상인 아시아 각국에 대해 '맞춤형 경제협력관계'를 추진하며 주요 이슈별로 아시아 국가간 협력협의체(아시안 코커스) 구성을 추진한다는 것 등이 핵심이다.

특히 올해 열리는 한 · 중 · 일 정상회담을 비롯 한 · 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등을 통해 아시아 국가들과의 외교적 관계를 확대 강화하고 FTA(자유무역협정)를 조속 체결함으로써 이 같은 구상을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겠다는 방침이다.

그 동안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강에 치중됐던 우리나라 외교 지평을 동남아 남태평양으로까지 확대,대외관계의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구상은 주목할 만하다. 더욱이 선 · 후진국간 가교역할을 통해 금융위기를 비롯 기후변화 등 글로벌 현안을 둘러싼 아시아 역내 협력외교를 본격화할 경우 국제적인 위상을 드높일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무엇보다도 관심을 끄는 것은 아시아 모든 국가들과 FTA를 조속히 체결,역내 FTA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맡겠다는 대목이다. 이번 대통령의 남태평양 3개국 방문기간 중 우리나라는 호주,뉴질랜드와 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함으로써 아시아 국가들과의 FTA 체결 추진에 동력을 확보한 것은 평가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신 외교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풀어나가야 할 과제 또한 적지 않다.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과 일본이라는 양대 세력이 여전히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구상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글로벌 위기를 맞아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보호주의 움직임이 갈수록 드세지고 있어 경제위기 극복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한 발언권을 높일 경우 자칫 경쟁국들로부터 견제를 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 당국은 이번에 내놓은 계획들을 실천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 등 만전(萬全)을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날로 악화되고 있는 국제 무역환경을 타개하기 위해 아시아 나라들과의 FTA 체결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