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를 통해 낙찰을 받았다면 이제부터가 또다른 시작이다. 바로 명도(明渡 · 집비우기)라는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싼 가격에 낙찰받았다 하더라도 지금 살고 있는 사람을 내보내기 전에는 매매나 임대 등 정상적인 소유권 행사를 할 수 없으므로 명도를 끝내야만 실질적인 경매 절차가 모두 끝났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경매는 그 특성상 비정상적인 상황인 만큼 세입자가 억울하게 쫓겨나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했을 때 순순히 응하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렇다면 과연 명도를 쉽고 빠르게 끝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명도는 아무래도 세입자와의 원만한 합의를 통해 집을 비우는 것이다.

일반적인 경매 투자자들은 잔금을 납부한 후에야 비로소 명도를 위한 합의 절차에 들어간다. 하지만 빠른 명도를 위해서는 입찰 단계에서부터 거주지 방문 및 주변 탐문 등을 통해 세입자의 최소한 성향 파악 정도는 해두는 게 좋다.

아울러 낙찰 이후에는 '당근과 채찍' 전략을 통해 세입자를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이사비 정도를 지급하는 대신 집을 비워주는 식이라면 비교적 성공한 명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세입자 측이 무리한 조건을 요구하며 '싫으면 맘대로 하라'는 식의 막무가내인 경우도 많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먼저 세입자에게 법적 권한이 없음을 주지시키는 한편 내용증명 발송,인도명령 신청,점유이전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압박한다. 내용증명은 우체국을 통해 발송하는데 정중하게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하고 불응시 법적 강제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사만 담겨 있으면 된다. 법적인 강제력은 없지만 심리적인 압박용이 될 수는 있다.

인도명령 신청은 법원을 통해 판사 명의의 결정문이 세입자에게 등기로 보내지므로 보다 효과적이다. 점유이전금지 가처분 역시 법원의 허가를 받아 세입자가 제3자에게 점유를 이전하지 않도록 강제하는 것으로 심리적인 부담감을 줄 수 있다. 인도명령이나 점유이전금지 가처분 신청은 비용이 10만~20만원가량이지만 협상력을 높이는 데 유용하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효율적인 명도를 위해서는 세입자와의 협상을 진행하면서 이 같은 압박 수단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