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초보자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야가 바로 권리관계 분석이다. 이 때문에 경매를 처음 시도하는 투자자들이 등기부 등본이 깨끗한 물건만 찾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권리관계가 복잡하고 명도가 쉽지 않은 물건이 오히려 큰 수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아는 만큼 돈을 버는 게 경매의 진정한 매력이다.

등기부에 나타나는 권리

경매에 부쳐지는 부동산 물건의 등기부등본상 나타나는 권리는 △근저당권 · 저당권 △담보가등기 △가압류 · 압류 △경매개시결정등기 4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근저당권과 저당권은 쉽게 말해 해당 부동산에 모기지(주택담보대출)가 걸려 있다는 정도로 생각해두면 된다. 담보가등기는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을 경우 부동산으로 변제하겠다는 내용을 약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압류와 압류는 국가기관이 채권자의 신청을 받아 해당 물건에 대한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것이다. 경매개시결정등기는 법원이 해당 물건을 경매에 부친다는 내용을 알리기 위해 등기부등본상에 이를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경매 전문가인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배당 신청을 하지 않은 선순위 권리를 제외한 나머지는 경매로 소멸한다고 보면 된다"며 "다만 예외적으로 부동산에 걸려 있는 소송 등 법적 분쟁에 대해 알려주는 예고등기는 기일에 상관없이 효력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예고등기 중에서도 '소유권 말소 예고등기'가 가장 위험한 것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실제 낙찰자에게 큰 영향이 없는 것들도 적지 않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이와 관련,"대부분의 사람들이 예고등기란 말만 들어도 입찰을 포기하지만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별것 아닌 것도 많다"며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오히려 좋은 물건을 싸게 낙찰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한 예로 "1순위 근저당권자가 경매를 신청했는데 누군가가 2순위 근저당권자에 대해 소유권 말소 소송을 제기해 예고등기가 이뤄졌을 경우 어차피 소송 결과가 경매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소개했다.


등기부에 나타나지 않는 권리

등기부등본상에 나타나지 않지만 경매로 소멸되지 않는 권리가 있다. 유치권,지상권,분묘기지권,특수지역권 등 4가지다.

유치권은 건물주가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아 시공자가 점유하는 경우 주로 발생한다. 예를 들어 건물을 시공한 건축업자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해당 물건을 점유하고 있으면 낙찰자는 공사비를 물어줘야 한다.

하지만 실제 경매로 넘어가는 부동산 소유자가 건축업자 등과 짜고 허위 유치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지레 겁을 먹고 입찰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현장 조사 등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소명할 수 있거나 합의가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법정지상권은 경매를 통해 토지와 건물에 대한 소유주가 달라질때 발생한다. 즉 토지를 낙찰받아 소유권을 취득하더라도 법정지상권이 있는 건물에 대해서는 자기 마음대로 철거나 용도 변경 등을 요구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법정지상권이 있는 물건은 일반적으로 유찰 횟수가 많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낙찰받을 수 있다. 낙찰 이후 건물 소유자를 상대로 땅에 대한 임대료(공시지가의 연 6~8% 수준)를 청구해 수익을 올릴 수 있으므로 수익형 부동산으로 적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와 함께 건물주와의 협의를 통해 제3자에게 매각하거나 소유권을 통합할 수 있는 길도 있으므로 적정 가격에 낙찰받을 수만 있다면 도전해보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다.

주로 토지 경매에서 나타나는 분묘기지권은 묘지에 대한 권리다. 원 소유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20년간 평온 · 공연하게 무덤을 점유한 상황이라면 시효를 취득해 분묘기지권이 성립한다. 즉 이렇게 되면 토지를 낙찰받더라도 그 안에 있는 묘지를 함부로 훼손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현장 답사를 통해 분묘의 개수,설치연도,위치,분묘기지권 성립 여부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역발상으로 분묘가 있는 토지를 낙찰받아 전부를 묘지로 개발하는 방법도 고려해봄직하다. 대체로 분묘가 있는 토지는 풍수지리적으로 묘지에 적합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묏자리용 토지는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팔리기 때문에 오히려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특수지역권은 지역 주민이 각자 다른 사람의 토지에서 채취,방목 등의 수익 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예를 들어 수십년간 해당 지역 주민들이 산에서 채취한 송이버섯으로 생계를 이어왔을 경우 이에 대해 보상받을 권리가 있다는 얘기다. 역시 현장 답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입찰 가격을 쓸 때 이같은 내용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