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가 발생한지 어느덧 40여일이 지났습니다.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한 관련대책을 발표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지만,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잡음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최서우 기자의 보도입니다. 지난 1월 20일 철거민과 경찰의 극한 대치끝에 비극으로 치닫았던 용산 참사. 재개발의 제도적 한계점을 극명히 보여준 사건입니다. 사건이 발생한지 20여일만에 정부는 황급히 개선책을 내놓았고, 용산 참사는 서서히 잊혀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개발을 둘러싼 잡음은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제 뒤로 보이는 곳은 서울시와 코레일이 통합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서부이촌동 일대 아파트 단지입니다. 일부 주민들은 서울시의 강제수용을 반대하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자 여기 저기 통합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격한 현수막 문구가 눈길을 끕니다. 이 곳에선 때아닌 '동의서 전쟁'이 한창중입니다. 보상절차에 들어가기 위해선 주민 50% 이상의 동의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시행사는 용역업체를 동원해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시행사측에서 배표한 전단지를 보면 동의서를 빨리 작성해줄 경우 3천 5백만원의 이사비를 우선 지급하겠다며 동의서 작성을 재촉합니다. 비대위 사무실엔 시행사측이 고용한 용역업체직원들이 아파트주민들에게 보낸 편지들이 수북합니다. 동일한 글씨체로 작성됐지만, 보낸 사람 주소는 제각기 다릅니다. 비대위측에서 홍보성 우편물을 제지하자 일종의 편법을 쓴 셈입니다. "전문적으로 동의서를 받으러 다니는 용역팀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전화나 전단지를 통해 책임질 수 없는 말들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주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같은 단지 주민들조차 이견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통합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동의서를 작성한 일부 주민들을 비난하는 등 의견이 분분합니다. 시행사측은 50%이상 동의서를 접수받았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수치공개를 꺼린채 여전히 동의서 확보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용산역세권과 서부이촌동의 연계개발을 주장하고 있는 서울시 역시 지은지 얼마 안된 아파트를 허문다는 것에 부담감은 있지만, 불가피하다는 반응입니다. "사실 지은지 얼마 안된 아파트를 철거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한강 경관이 닫혀있는 문제라든지 강변북로변 아파트로 막혀있는 한강과의 소통문제를 영원히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통합개발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아파트 단지내 중앙에 걸린 또 다른 현수막엔 용산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주민들은 격한 감정을 반영하는 듯 합니다. "용산참사를 저희들이 다 봤기때문에 그러한 충돌도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용산참사는 세입자지만 여기는 소유자들을 중심으로 극렬한 저항이 예상됩니다." 이처럼 사업 시행자와 주민간의 갈등이 심화된 근본적 이유 중 하나는 마땅한 대화창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쪽(사업시행자)에서는 동의를 받기위해 강한 액션을 취할 것이고, 주민 입장에서는 반발하실 것입니다. 저희 입장에선 양쪽에서 모여서 자꾸 대화를 했으면 좋겠어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물어보고 호도된 부분이 있는지 법적으로 어긋난 점이 있는지 말이죠." 지난 1월 20일 용산참사 직후 서울시에서 열린 뉴타운 공청회 현장. 각지에서 몰려든 뉴타운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져 공청회는 결국 무산된 바 있습니다. 아직까지 이렇다할 공청회 일정을 잡지 못한채, 뉴타운 주민들의 항의 농성만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용산참사이후 40여일이 지난 현재. 검찰은 '철거민 책임'으로 수사를 마무리했고, 정부는 재개발 제도 개선책 마련에 나섰지만 분쟁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시내 곳곳에선 개발논리와 주민들의 보상심리가 충돌하는 현장을 손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을 제도의 재정비를 통한 양측의 대화채널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WOWTV-NEWS 최서우입니다. 최서우기자 swchoi@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