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조선에 이어 해운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된다. 정부는 채권은행 주도로 국내 177개 해운사에 대한 옥석가리기를 통해 5월 초까지 구조조정 대상을 선정하고,선박투자펀드를 조성해 해운사가 보유한 선박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어제 밝혔다. 아울러 해운사의 법인세 부담 경감(輕減),채무조정 프로그램 등을 담은 해운업 경쟁력 제고 대책을 내달 초까지 마련키로 했다고 한다.

지금 해운업계의 구조조정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근래 들어 한 대형 회사가 채무 불이행을 선언한 데 이어 다른 회사도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위기감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해운업체 간 재용선 관행으로 인해 어느 한 곳이 쓰러지면 다른 업체들도 줄줄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국내 업계의 대부분이 상위 20개사와 하도급 계약을 맺은 형태로 얽혀 있어 연쇄 부실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업체들이 당장 도산의 위기에 있는데도 이번 구조조정 방향이 장기 대책에 치우친 나머지 다급한 단기 지원방안이 미흡한 게 사실이다. 해운업계가 별로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이 같은 연쇄부실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선박 매입을 통한 유동성 지원과 부실 해운사 구조조정을 통한 해운공급의 조절 등으로 가닥이 잡혔다면 선박펀드 조성규모 등 구체적인 기준을 하루빨리 마련해 불확실성을 해소해주는 것이 급선무(急先務)다. 심각한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인해 세계 교역량 감소세가 장기화되면서 해운 경기 또한 쉽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해운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에 대한 대비책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해운업 구조조정 또한 속도전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거듭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퇴출시킬 기업을 신속히 가려내 전체 업계가 연쇄부실로 빠져드는 것을 막고,지원대상으로 선정된 회사에 대해서는 충분한 자금이 공급될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기업들 스스로도 노사협력 등을 통해 구조조정에 앞장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