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을 옥죄고 있는 미분양 주택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말 현재 16만5000가구로 사상 최대치를 또 경신했다. 집이 다 지어질 때까지 3년 이상 주인을 찾지 못한 '준공 후 미분양'도 4만6000채나 된다.

미분양이 해소되지 못하는 것은 경기침체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격이 비싸거나 수요가 없는 곳에 공급됐기 때문이다. 인기지역인 용인에 미분양이 널려 있는 것도 주변시세보다 40%나 비싼 분양가가 큰 원인이다. 미분양 10채 중 8채가 지방권에 몰려있고 일부 지역에는 몇 년치 공급물량이 미분양으로 쌓여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도입됐던 '분양가 상한제'도 미분양 양산에 한 몫 했다.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있던 2007년 11월에는 분양승인 신청 때 첨부해야 하는 분양보증서 발급가구 수가 한 달에 무려 9만2000가구를 넘었다. 1년 전인 2006년 11월(1만5000가구)의 6.1배에 이를 정도였다. 상한제를 피하려는 분양물량이 봇물을 이뤘다는 얘기다. 공교롭게도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한창 확산되던 때였다.

정부는 현재 미분양 해소를 위해 주택공사나 대한주택보증 등 공기업을 동원해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다. 공기업이 매입한 미분양 주택만 1만가구를 넘는다. 양도세와 취득 · 등록세 감면 등 각종 세제지원책도 내놓았다. 심지어 해외교포들에게까지 양도세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여기에다 금리까지 크게 낮아진 상태이지만 경기침체 여파로 수요자들은 움쩍도 않고 있다.

이제는 건설사들이 나서야 할 차례다. 수요자들의 기대치에 맞춰 분양가격을 낮춰야 한다. '미분양 바겐세일'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집값이 올라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싸져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곳간이 넉넉한 업체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미분양 해소를 위해 쓸 수 있는 규제완화 카드도 바닥난 상태다. 결자해지(結者解之)다.

정부도 건설사들이 미분양 세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 때문에 공개적으로 분양가를 못 낮추는 건설사들도 많다. 외국의 경우 한 단지라도 분양시기별로 값을 달리받는다. 하지만 "왜 우리에게만 비싼 값을 받느냐"는 항의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가격을 낮추는 건설사들에 중도금 대출 등 금융지원을 해주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부실 건설사를 솎아내는 구조조정 역시 병행돼야 한다.

현행 주택 대량공급 시스템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과열 때는 과열을 더욱 부추기고,침체 때는 미분양을 한꺼번에 양산해 경제에 충격을 주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분양-청약제도-분양가 규제는 지난 수십년간 분양시장을 '정부 주도형'으로 고착시킨 패키지였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계기로 청약제도를 함께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무주택 서민을 위해 공공주택은 현행제도를 유지하더라도 민간주택은 단계적으로 자율분양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공급 탄력성도 높아진다. 20가구 이상이면 무조건 줄을 세우는 식으로는 정상적인 '시장기능'을 기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