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세계 최초 서비스라는 타이틀과 함께 시작된 지상파DMB가 본 방송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시장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세계 최초로 시작된 서비스가 세계 최초로 막을 내릴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이러한 우려는 지난달 25일 지상파DMB 주주사들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탄원서로 이어졌다.

IT 강국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들 중 핵심상품의 하나로 주목받던 지상파DMB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의아할 뿐이다. 또한 지난 연말까지 단말기 판매대수가 1600만대로 전국민의 3분의 1 이상이 시청가능한 서비스인데 고사 위기에 놓였다는 게 더욱 놀랍다.

한 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선순환 구조가 '서비스 제공→사용자 만족→사용자 증가→운영비 확보→서비스 개선'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일정 수준의 사용자를 확보한 지상파DMB가 고사 직전에 몰렸다는 것은 무언가 석연치 않다. 1600만대의 단말기를 판매한 제조사들은 수익을 얻었지만 정작 지상파DMB 서비스의 출발점인 방송사들의 수익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고 가까운 시일 내에 자본잠식마저 우려된다. 그러다 보니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한 콘텐츠 제작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지상파DMB 사업자들이 편성축소와 지하철서비스 중단과 같은 고육지책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된다. 따라서 일부 지상파DMB 방송사들이 올 한 해를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될 것이란 전망들도 나오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지상파DMB가 회생하든 고사하든 그냥 놔두면 되지 않는가. 이마저도 어렵다. 고사하도록 놔두기엔 지상파DMB 산업이 이미 너무 성숙해 버렸다. 당장 지상파DMB를 시청하는 1600만 시청자가 피해를 입는다. 유비쿼터스 방송시대의 명실상부한 리더로서 지상파DMB는 이미 시청자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보고 싶은 방송을 서비스하고 있다. 따라서 지상파DMB의 고사는 결과적으로 이들의 시청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다.

시청자뿐만이 아니다. 지상파DMB 단말기 제조사들과 이와 관련된 수많은 중소기업의 파산을 야기할 수도 있다. 지상파DMB 단말기는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주로 생산하고 있고 관련 부품이나 솔루션을 생산 · 유통하는 회사들은 그 숫자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만큼 산재해 있다. 만약 서비스가 중단된다면 체력이 약한 수많은 중소기업이 연쇄 도산에 이르고 이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국가 경제에 심한 타격이 될 것이다.

IT강국 한국의 위상도 땅에 떨어질 것이다. 또한 이미 세계 이동방송 시장에서 확보한 선두자리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아프리카의 많은 나라에서 지상파DMB를 이동방송 방식으로 채택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는 와중에 한국의 지상파DMB가 문을 닫으면 오랜 기간 쌓아온 IT코리아의 위상 추락은 물론이려니와 경쟁시장에서의 낙오로 지상파DMB의 해외 진출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이다.

현재 지상파DMB가 직면한 난관은 오래 전부터 방송계,학계 그리고 정책당국에 의해 예견돼온 것이다. 그 원인 분석도 이미 끝났다. 이제는 지상파DMB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단말기 생산 판매로 나타나는 경제적 효과에 속아서는 안된다.

서비스가 있어야만 단말기도 팔리고 시청자도 조성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서비스 제공 주체인 방송사들에 대책 없는 희생을 강요하기보다는 이들이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곧 숨이 넘어가는 환자를 살리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지상파DMB에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