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5일,한국인 남자와 결혼해 딸 둘을 낳고 일주일 만에 이혼당해 '씨받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베트남 신부의 '양육자변경 심판청구'가 기각되었다.

베트남 신부 투하(26 · 가명)씨는 2003년 8월 이혼남인 A씨(53)와 결혼한 뒤 2년간 딸 두 명을 낳았으며 두 딸은 출생 직후 A씨의 전 부인에게 인도돼 양육되고 있다.

A씨는 둘째딸이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이혼을 요구했고 결국 본부인과 재결합했다.

또한 A씨는 재판부가 투하씨에게 '친모로서 매달 한 번씩 아이들을 만날 면접교섭권'을 인정한 데에서도 불복해 항고한 상태다.

이 사건은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이 한국 내에서 누리는 인권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 1980년대부터 국제결혼 중개 시스템이 만들어졌고,그 후 다양한 국적의 이주여성들이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살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다문화가정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 2020년이면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자녀들만 167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다문화가정의 주된 축을 이루고 있는 이주여성들의 권리가 제대로 확립되어 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한국인 가족들과 어우러져 행복한 가정을 꾸린 이들이 많지만,중개소에 의한 이주 과정에서부터 결혼생활에까지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돈을 통해 거래된 결혼 상대라는 인식과 이로 인한 가정 내의 인권 침해가 가장 대표적이다.

실제로 이주여성 상담센터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고등학생 아들의 아침밥을 제대로 못 챙겨준다는 이유로 아내를 돌려보내고 "지불한 중개료를 돌려받고 싶다"며 소비자 보호원에 진정서를 제출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문화적 차이와 의사소통의 부재로 인한 문제,이주여성들을 외부세계와 강제로 차단하는 등의 비인간적 대우 역시 상담센터에 자주 접수되는 사례라고 한다.

이러한 문제점이 드러남에 따라,이들 이주여성의 안정적 체류를 위한 지원책 마련과 국제결혼 중개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제도적 차원의 마련과 함께 아직도 사회에 남아 있는 다문화가정을 향한 편견을 버리는 것도 우선되어야 한다.

잘못된 선입견에 따른 사회의 시선이 이주여성을 더욱 힘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인 이주여성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이들의 문화를 포용하는 것.

이것이 참된 문화적 세계화,선진 다문화 사회로의 첫걸음이 아닐까.

이동미 생글기자 (인명여고 3년) lwkm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