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으로 인터넷 접속해 보셨나요?답답하지 않던가요?PC로 인터넷을 이용할 때보다 속도가 훨씬 느리다고 느끼셨을 겁니다. 현행 3세대 이동통신이 4세대로 진화하면 달라지겠죠.휴대폰 인터넷 속도가 10배는 빨라질 테니까요. 그런 시대가 2,3년 안에 온다고 합니다.

4세대 경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모바일 와이맥스(이하 와이맥스,한국에선 와이브로)와 LTE(롱텀 이볼루션)가 경쟁하고 있죠.한국은 양다리를 걸쳤습니다. 2006년에 세계 최초로 와이브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해 놓고도 와이브로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은 LTE의 전단계인 HSPA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KT와 KTF가 합병할 것이란 전제로 얘기를 하겠습니다. 양다리 걸치기가 때로는 좋은 전략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4세대 이동통신에서는 아닌 것 같습니다. KT와 SK텔레콤은 LTE로 방향을 잡는 순간 수천억원을 투자한 와이브로를 버려야 합니다. 그렇다고 와이맥스로 가면 HSPA 네트워크가 아깝죠.

지난날 정보통신부가 이런 엉터리 같은 일을 저질러 놨습니다. HSPA 사업자(또는 HSPA 사업자의 모기업)한테 와이브로 사업권을 주면 두 서비스가 부딪칠 것이란 점을 예상하지 못했던가 봅니다. 이제 와서 어쩌겠습니까. 앞으로 KT와 SK텔레콤은 머리 싸매고 엉킨 매듭을 풀어야 할 겁니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09'가 열렸죠.LTE 진영이 주최한 행사라서 LTE 얘기가 많이 나올 줄 알았는데,미국 버라이즌이 내년에 LTE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히고 알카텔-루슨트가 LTE 기술 개발을 위해 '엔지 커넥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게 전부였습니다.

왜 그랬을까 궁금하던 차에 미국 리서치 회사인 인스탯(In-Stat)이 눈길 끄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앞으로 수년간 와이맥스가 앞서갈 것이다,와이맥스는 이미 상용화된 반면 LTE는 금년 말에야 상용화되기 때문이다,와이맥스와 LTE는 다른 길을 갈 것이다. 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조금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당분간 와이맥스의 적수는 LTE가 아니라 HSPA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HSPA에 대거 투자한 이동통신사들이 본전을 뽑아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LTE로 넘어가진 않을 것이라는 얘기죠.더구나 극심한 불황까지 겹쳐 HSPA에서 진화한 HSPA+에 만족할 거라고 합니다.

버라이즌은 어떻게 될까요?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다면 외톨이가 되겠죠.버라이즌은 미국 2위 이동통신 사업자입니다. 3위 사업자인 스프린트가 와이맥스를 밀어붙이자 LTE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죠.인스탯은 2011년,2012년이 돼야 이동통신사들이 LTE 상용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나설 거라고 봤습니다.

또 와이맥스는 유선통신 사업자가,LTE는 이동통신 사업자가 선호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유선사업자는 초고속인터넷 DSL에서 진화한 서비스로 유 · 무선을 통합한 와이맥스를 선택하고,이동통신 사업자들은 기존 HSPA에서 진화한 LTE를 선호할 것이라고 합니다. 일리 있는 전망입니다.

4세대 이동통신 싸움은 특히 미국에서 뜨겁습니다. 클리어와이어(스프린트+클리어와이어)는 볼티모어와 포트랜드에서 와이맥스 서비스를 하고 있고 연말까지 서비스 도시를 대폭 늘릴 예정입니다. 버라이즌은 내년에 LTE 상용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과연 어느 쪽이 이길까요? 그야말로 '빅 매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