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컨대 주께서 내게 복(福)에 복을 더하사 나의 지경(地境)을 넓히시고 주의 손으로 나를 도우사 나로 환난을 벗어나 근심이 없게 하옵소서(구약성경 역대상 4장10절).'

2001년 같은 이름의 책(브루스 윌킨슨)이 출간되면서 기독교인들 사이에 널리 퍼진 '야베스의 기도'다.

문구는 달라도 우리 모두 간절히 빈다. 자신이 믿는 신에게,조상에게,심지어 대보름 달님에게도 복을 주십사 빌고 또 빈다. 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성경은 이렇게 전한다.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며,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점복(占卜)의 원전이라는 '주역(周易)'의 답도 다르지 않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착한 일을 많이 한 집안엔 반드시 경사가 있다)'이 그것이다. 역경의 건괘(乾卦)와 곤괘(坤卦) 해설서 문언전(文言傳)에 나오는데 보통 '적선여경(積善餘慶)'으로 줄여 쓴다.

경사가 선(善)을 쌓은 대가라면 재앙은 불선의 누적에서 비롯된다(積不善之家 必有餘殃)고도 했다. 길흉화복이란 게 어느날 갑자기 들이닥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살았느냐의 결과라는 얘기다. 남향집에 살려면 3대가 좋은 일을 해야 한다는 말도 이런 근거에서 생겨난 셈이다.

권선징악에 대한 믿음이 무너진 것인가 아니면 불황 탓인가. 가뜩이나 각박한 세상이 더욱 살벌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인면수심이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의 묻지마 범죄가 늘어나는 건 물론 돈과 지위만 보장된다면 수단은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또한 부지기수다.

뿐이랴.툭하면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내편 네편을 갈라 반대편이면 마구잡이로 공격하고 험담을 하거나 아무 이해관계도 없는 사람을 향해 화풀이하듯 무차별 비방을 일삼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가난보다 무서운 건 가난에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하거니와 악행보다 무서운 건 악행에 대한 무심함이다.

막막한 현실 앞에 위기가 기회란 말은 공허하고,유혹은 솔깃할지 모른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엔 이런 구절도 있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속에 페스트를 갖고 있어요. 늘 스스로를 감시하고 있어야지 자칫 방심했다간 자기 입김으로 남에게 병을 옮기고 말죠.자연스러운 것,그게 바로 병균이에요. " 명심할 일이다. '적선여경 적불선여앙'.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