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보험에 가입한 운전자는 교통사고로 피해자에게 중상해를 입혔더라도 '중대과실'이 없으면 처벌하지 않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면책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違憲) 결정에 따라 경찰에 중상해 사고처리 유보 지침이 내려짐으로써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중상해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소급적용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탓이다.

물론 헌재의 이번 결정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사망사고 등 11가지 중과실이 아니면 가해자를 기소조차 하지 못했고,큰 사고의 뒤처리를 보험회사에만 맡기는 세태가 보험제도 운영에도 악영향을 끼쳐온 실정이었다. 사고 운전자에 대한 과잉보호가 안전운전 의무를 소홀히 하게 만든 측면도 없지 않다. 2006년 한국의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는 3.2명으로,OECD 회원국 평균의 2배를 넘어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많은 교통사고 분쟁을 둘러싸고 원만한 해결이 쉽지 않게 되고,각종 문제를 낳을 소지가 클 수밖에 없고 보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자칫 피해보상 문제 등을 둘러싼 소송이 남발될 경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하고,피해자가 형사처벌을 빌미로 가해 운전자에 과도한 배상을 요구하는 등 부작용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당국은 헌재 결정의 취지에 맞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중상해의 구체적 기준을 비롯해 사고 발생시 운전자 대처방법 등을 보다 명확히 하는 제도 보완(補完)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보다 이번 헌재 결정은 결국 우리 교통문화의 선진화를 위한 것인 만큼 그릇된 운전습관을 바로잡고 교통사고에 대한 책임의식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