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정이 깊은 친구지간을 말할 때 관포지교(管鮑之交)라고 한다. 관포란 관중과 포숙으로서,관중은 중국 춘추시대에 제나라를 최강국으로 만들고 임금인 제환공을 제1의 명군이 되게 한 명재상이다. 그의 저서 관자(管子)에는 "백성들은 곡식창고가 가득 차야 예절을 알며,의식이 풍족해야 영욕을 알게 된다"라는 글이 있다. 예절,영욕을 아는 마음,준법정신도 모두 배가 불러야 생겨난다는 것이다.

지금 그 일반 백성에 해당하는 자영업자가 몰락하고 있다. 얼마전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자영업자 수는 597만명으로 600만명 선을 하회했다. 자영업자 수가 600만명 선 아래로 추락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이후 8년 만이다. 총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중이 19.1%이며 임금근로자가 퇴직을 하게 되면 대부분 자영업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자영업자의 몰락을 좌시해서는 안된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심각한 경영난과 형편없는 대가(소득)로 구조적인 어려움을 겪어 왔다. 게다가 계속되는 구조조정과 전대미문의 세계경기 침체라는 대형 악재까지 겹치면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그동안 소상공인과 상인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금지원,시설 및 환경 개선 지원,교육 지원과 컨설팅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상당한 성과를 이뤄왔다. 그러나 지금은 일상적인 상황이 아니므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자영업자의 회생을 위한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되는 것이다.

첫째,프랜차이즈에 참여하는 자영업자의 보호 등 자영업자 보호정책이 더 강화돼야 한다. 둘째,자영업자의 경쟁구도 고도화가 필요하다. 고객관리,회계와 세무관리,물류와 납품구조,생산구조의 현실적인 선진화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전국 대학에 자영업자컨설팅센터를 지정하고 1 대 1 컨설팅 구조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셋째,자영업자의 의식혁신과 경영역량 강화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부가 시행중인 상인대학 등의 운영성과로 많은 자영업자들의 역량이 향상되고 있으나 태부족이다. 영업현장에서 지속적인 학습이 가능하도록 교육콘텐츠 개발 및 평생학습의 유도 등 지식기반 경영역량 강화정책이 필요하다.

자영업자의 의식 전환도 요구된다. 이제 누구나 하는 사업을 옛날 방식으로 해서는 성공이 불가능하다. 고객을 끌어들이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독특한 자기만의 상품과 특화된 마케팅 전략이 요구된다. 깨끗하고 위생적인 환경,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친근감이 느껴지는 객장 등 시설과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우선 정부의 정책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각종 지원 및 교육과 컨설팅사업에 참여해 시설을 개선하고 경영 노하우를 익혀야 한다.

특히 일상적인 생활속에서 닥치는대로 일하는 방식을 탈피해야만 한다. 가게와 가계(家計)를 분리하고 영업상의 이익계산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상업환경 변화 등에 대해 이해하고 고객관리,품질관리,경영기법 등을 익혀야 한다. 대기업이나 대형단지 및 공동구매시스템에 참여해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소비자의 인식전환도 요구된다. 최근 정부의 정책성과,자영업자들의 자구노력 등으로 동네 가게들의 상품과 서비스 수준이 눈에 띄게 달라졌음을 체험했을 것이다. 공동구매 등으로 더 싸게 팔거나 직접 생산 혹은 생산자와의 직거래로 상품의 품질이 좋은 동네가게도 많다. 무엇보다 옆집가게와 이웃상점이 모두 살아야 오늘의 위기가 진정으로 극복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디지털정책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