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 시내 한 재래시장 입구에는 '고맙습니다. GM대우차 직원 여러분! 우리도 꼭 GM대우차만 사겠습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올해 설을 맞아 GM대우 군산공장 직원들이 재래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2억3000여만원어치나 구입하자 시장 상인들이 고마움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지난 24일 군산항 부두에선 라세티 프리미어를 배에 실어 처음 수출하는 것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이경옥 전라북도 부지사는 전북도청과 도내 14개 시 · 군이 올해 1000여대 이상의 GM대우차를 구입키로 했다고 전했다. '전시행정 아닐까' 하고 자세한 내막을 알아 봤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공무원들이 나서 구매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고 했다. 최근 2개월여 사이 무려 160여대의 차가 지자체 업무용 차량 등으로 판매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강인균 GM대우 군산공장 홍보팀장은 "우리도 처음엔 '으레 하는 소리겠지'고 생각했는데 김한주 지사를 비롯한 전 공무원들이 너무도 열정적으로 도와줘서 모두가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부터 군산시,보령시,창원시,인천시 등 6개 지역에서 동시에 실시되고 있는 'GM대우차 사주기 캠페인'에는 지금까지 전북도가 24대,인천시가 150대의 차량을 구입했고 다른 지자체들의 참여도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달 일본 지자체들이 어려움에 처한 자동차 회사들을 돕기 위해 대대적으로 신차 사주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도요타 노조원들이 스스로 자사 차량 구입 캠페인을 펼친다는 뉴스를 전하면서 참 부럽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히로시마현은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마쓰다자동차를 위해 소형차 '데미오' 200대를 공용 차로 구입키로 하고 400억원에 달하는 추경 예산까지 편성했다.

조합원이 30만6000명에 달하는 도요타 계열 300개 노동조합들도 지난달부터 글로벌 불황 극복에 동참하기로 하고 자사 신차 구입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신차를 구입한 노조원 가운데 100명을 추첨해 1만~10만엔짜리 여행 상품권도 제공한다.

최근 주요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동차산업 구하기 캠페인이 과거와 다른 점은 몇몇 지자체에 국한되지 않고 더 광범위하고 조직적이면서 실질적인 효과를 지향한다는 데 있다. 자동차업계에 밀어닥친 지금의 위기가 개별 회사의 문제라기보다는 글로벌 금융 위기 및 실물경기 침체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일단 살아남는 데 성공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GM대우차 군산공장의 상생 캠페인은 글로벌 불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잘 보여 주는 사례다.

이상원 오토데일리 대표 semin4@auto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