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에 이어 우리은행도 대졸 신입행원의 초임을 삭감해 정규직과 인턴을 더 뽑기로 했다. 신한은행과 농협도 대졸 초임을 줄여 신규 채용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임원과 지점장급뿐만 아니라 신입 행원의 임금 수준을 낮춰 일자리를 나누는 '잡 셰어링'이 전 은행권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대졸 초임을 3400만원에서 2700만원으로 20% 깎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우리은행은 당초 계획대로 연내 신입행원 200명을 선발하면 14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 하반기에 50명의 신입행원을 추가로 뽑기로 했다.

또 지난달 760명의 청년 인턴을 선발한 데 이어 다음 달부터 3개월 주기로 300명씩 4회에 걸쳐 1200명의 청년 인턴을 더 채용할 예정이다.

청년 인턴 채용에 들어가는 비용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연차휴가 사용에 따른 휴가보상금 반납과 복리비용 삭감 등을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앞으로 정규직 채용 때 인원의 20% 범위에서 우수인턴을 채용하거나 전형단계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인턴십 프로그램을 정규직 채용과 연계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노사간에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해 대졸 초임과 기존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기업은행은 올해 채용할 200여명의 정규직 신입 행원 초임을 3700만원에서 2900만원으로 20%가량 깎아 400명의 청년 인턴을 뽑기로 했다. 금융 공기업 중 주택금융공사와 자산관리공사도 대졸 신입 직원의 초임을 3500만원 이상에서 2700만원대로 각각 30% 삭감해 채용 인원을 10명 이상씩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졸 초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는 분위기는 다른 은행으로도 확산될 조짐이다. 신한은행과 농협이 신입직원의 첫 해 연봉을 줄여 신규 채용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외환은행도 작년 하반기보다 올 상반기에 신입행원을 40% 더 뽑기로 하고 대졸 초임 삭감을 논의 중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신입 행원들의 임금 수준을 낮추는 것을 포함해 신규 채용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했지만 다른 은행들처럼 대졸 초임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KB금융그룹은 국민은행을 비롯한 전 계열사 부 · 점장급 이상 직원 1400여명으로부터 급여 5%를 반납받아 인턴 및 신입행원 채용에 쓰기로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비노조원인 지점장급 이상의 임금 인하 문제는 노조와의 협의가 필요없지만 신입행원의 임금을 깎으려면 노조와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최종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사회적인 여론 때문에 은행원의 초임 수준을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설/유승호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