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오페라 극장인 라 스칼라에서 주역을 맡았다는 게 꿈만 같고,기적처럼 느껴집니다. "

영국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테너 박지민씨(31)가 2011년 5~6월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에서 공연하는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역 로미오로 캐스팅됐다. 박씨는 4회 주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한국인 테너로는 이정원씨에 이어 두 번째로 라 스칼라 극장 무대에 서는 셈이다.

지난 18일 에이전트인 아스코나스 홀트로부터 정식 계약 통보를 받은 박씨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커피숍에서 "우와" 소리를 지르며 미친 사람처럼 마구 뛰었다고 고백했다. 박씨는 "조금만 소리가 이상하거나 작은 실수를 해도 관객들이 금세 야유를 퍼붓는 게 라 스칼라 극장"이라며 "로미오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과 집중력을 놓치지 않아야 하고,스태미너가 필요한 진짜로 힘든 작품이지만,순도 100% 사랑 때문에 죽는 로미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박씨는 라 스칼라와 함께 세계 3대 오페라 극장으로 꼽히는 로열오페라하우스의 '제트 파커 영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제트 파커 영아티스트는 로열오페라하우스가 장래 스타가 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젊은 성악가들을 뽑아 2년 동안 노래,연기,언어 등 오페라 가수로서 필요한 모든 자질을 훈련시켜 주는 스타 양성 프로그램이다. 올 7월 제트 파커 영아티스트 계약이 끝나는 박씨는 진작 로열오페라하우스 전속 가수로 1년간 계약을 맺었다.

박씨는 서울대 음대에서 강병운 교수의 지도를 받았으며,오스트리아 빈 시립음대에서 2년간 독일 가곡과 오라토리오를 배웠다. 2004년 빈 벨베데레 콩쿠르에서 특별상,2006년 이탈리아 비오티 콩쿠르에서 2등상 등 국제 성악콩쿠르에서 여러 차례 입상했다. 빈 유학 시절에는 6개월 동안 혼자 집에서 피아노를 놓고 온종일 노래만 부르고 지냈을 정도로 연습에도 열심인 박씨는 "이제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무대에 서면 세계 3대 오페라 극장에 다 출연한다"며 다음 도전은 메트로폴리탄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