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그린(Green)'의 시대다. '녹색 성장'이 정부의 슬로건이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녹색성장기본법도 곧 법제화될 예정이라고 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그린 비즈니스'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나섰고 다른 나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환경오염, 지구 온난화, 자원고갈 등을 헤쳐 나가려면 '그린 정책' '그린 비즈니스'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젠 술 이름에까지 '그린'이 등장하고 '그린'이나 '친환경'이 붙지 않은 산업이나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우리가 이런 개념에 익숙해진 건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아니 우리나라는 불과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반(反)그린' 국가였다. 한강의 기적은 어떻게 보면 환경에 대한 무시 내지는 무관심 덕분이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가난으로부터 벗어나는 게 급선무였던 시기에 환경보호는 배부른 이야기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산허리를 자르고,터널을 뚫는 도로공사나 바다를 막는 간척사업은 대역사(大役事)요, 근대화의 상징으로 '대한뉴스'의 머리기사를 장식할 만큼 자랑스런 것이었다.

국토해양부가 2010년부터 갯벌 복원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간척사업으로 죽음의 땅이 돼버린 갯벌에 다시 바닷물이 드나들게 만들어 숨쉬는 자연으로 되돌리는 '역(逆) 간척사업'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물론 갯벌이 해양자원의 보고이자 환경오염을 막아주는 완충지대로, 또 생태관광지로서 무한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깨달았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전까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땅쯤으로 여겨졌던 갯벌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는 얘기다. 하기야 온통 아스팔트뿐이던 여의도 광장에 숲이 조성되고 고가도로와 상가가 어지럽게 널려 있던 청계천에 다시 물이 흐를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됐을까.

누가 알겠는가. 환경을 파괴하고 물고기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는다며 다목적 댐들을 없애는 날이 오지 말란 법도 없다. 실제 프랑스에서 요즘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자연은 본래의 모습일 때 가장 큰 가치가 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벌레 한 마리도 함부로 해선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