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마음을 늘 열어두고 시장을 꼼꼼히 살핀 덕분이죠."

국제 금리가 롤러코스터처럼 널뛰기했던 지난해 절묘한 타이밍에 채권을 발행,회사에 900억원가량의 이자 부담을 줄여준 차재연 KT 가치경영실 자금팀 상무(43)의 말이다. 차 상무는 최근 임원 승진 인사에서 부장 꼬리표를 떼고 KT의 현직 여성 직원으로는 다섯 번째로 임원으로 발탁됐다.

차 상무는 연간 30조원을 주무르는 KT의 '미다스 손'이다. 주 업무는 자금 조달.올해 자회사 KTF와 합병을 앞두고 미리 자금을 확보해야 했던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터져 차 상무의 일은 쉽지 않았지만 매번 홈런을 쳐냈다.

작년 9월 해외 사모펀드로부터 2억달러의 자금을 저리에 조달한 것이 대표적이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소용돌이에 빠져들기 일보 직전에 이뤄낸 성과였다. 조건도 변동금리가 아닌 고정금리(연 4.32%)였다. 리먼 사태가 터지면서 국내 기업의 외화 채권 발행은 전면 중단됐고 금리도 연 8% 이상으로 껑충 뛰어오르자 차 상무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1주일만 늦었더라면 회사채 발행 자체가 어려워졌을지도 모르고,혹시 발행했더라도 이자 부담만 400억원 이상 늘어났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차 상무는 "작년 초부터 국제 금융시장의 이상기류를 감지하고 회사채 발행 시점을 앞당긴 것이 리먼 사태를 피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차 상무는 지난 한 해 승부사 기질을 보여줬다. 국제 금융시장이 파국으로 치닫던 작년 12월에도 23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또다시 '1주일의 마술'을 연출했다. 한없이 금리가 오르던 상황이었는데도 차 상무는 채권 발행 시기를 과감하게 1주일 늦췄다. "조만간 채권시장이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느낌이 있었어요. 다행스럽게 감이 맞아떨어진 거죠." 그의 예상대로 1주일 뒤 금리는 3%포인트 뚝 떨어졌다.

해마다 7000억~1조원 안팎의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KT의 경영진은 자금 조달에 관해서는 차 상무가 이끄는 자금팀에 사실상 전권을 넘겨주다시피 하고 있다. 그만큼 자금팀의 능력을 믿기 때문이다. 그는 사내에서 '차다르크'로 통한다. 매사 적극적인 일 처리와 냉철한 판단력으로 부하 직원들을 리드하고 있어서다. 서울대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차 상무는 1991년 KT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했다가 2002년에 지금의 자금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