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은 ‘머리’보다 ‘대가리’가 제맛

#작은 생선머리를 이용해 만든 매운탕. 찜,구이보다 국물을 우려내 영양 손실이 적은 탕요리. 생선머리 모둠탕이라 불리는 이 탕에는….

#실파를 6㎝ 길이로 썰어 파머리 부분은 소금 참기름 약간으로 밑간을 한 다음 양념장을 넣고 무친다. …

맛집이라면 시간을 마다않고 찾아다니는 요즘 요리를 소재로 한 얘기는 신문이든 방송이든 중요한 기사거리의 하나다.

최근 한 신문과 방송에서 소개한 이 기사 문장에서는 조금 어색한 곳이 눈에 띈다.

'생선머리,파머리'가 그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전혀 이상하게 느끼지 못 할 수도 있지만 이런 표현은 사실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말에도 질서가 있고 격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머리'와 '대가리'를 구별해 써 왔다.

본래 '머리'는 사람의 신체 부위를 이르는 말이다.

이에 비해 동물을 가리킬 때는 머리 대신에 '대가리'를 썼다.

다만 동물 가운데 우리 삶과 친숙한 소,돼지의 경우 '소머리' '돼지머리'라 하곤 했다.

'대가리'의 쓰임새는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동물의 머리를 가리키는 말,가령 '돼지 대가리,생선 대가리,말 대가리' 같은 게 있다.

대가리는 또 '사람의 머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처럼 쓰인다.

그밖에 길쭉하게 생긴 물건의 앞이나 윗부분을 가리킬 때도 쓴다.

'콩나물 대가리,못 대가리' 같은 게 그런 것이다.

그러니 '생선머리'니 '파머리'니 하는 말보다는 '생선 대가리' '파 대가리'(이보다는 '파 몸통'이 더 좋다)라 하는 게 좀 더 적합한 표현이다.

말의 쓰임새야 세월 따라 변하기도 하는 것이지만 예전부터 써오던, 말에 담긴 격식을 굳이 깰 이유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