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흉악범 격리시켜 강력 범죄로 부터 국민 보호"

반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형벌 과잉이자 남용"


여당인 한나라당이 연쇄살인범과 같은 흉악범에 대해 절대적 종신형을 선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절대적 종신형'제 도입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사형제는 그대로 두되 감형이나 가석방,사면이 불가능한 절대적 종신형제를 형법에 도입하는 방안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쪽에서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는 사형시켜야 한다'는 여론도 거세지만 11년 만에 사형을 재개하는 것은 정치 · 사회적으로 부담이 크며, 무기징역형의 경우도 복역한 지 10년쯤 지나면 감형이 이뤄지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흉악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범죄 예방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절대적 종신형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감형 없는 종신형이 추가되면 흉악범에 대한 처벌은 강화되고 사형 선고도 최소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외국의 사례를 보면 종신형은 사형제를 없애고 난 후 그 대안으로 채택되는 게 일반적"이라며 기존의 사형제에다 극형인 절대적 종신형제를 추가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일부 학계에서도 "사형제는 반윤리적 · 반헌법적이기 때문에 폐지돼야 하며 절대적 종신형은 그 대안으로서만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형제 존폐 문제를 놓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범죄는 갈수록 흉포화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사형제를 유지하면서 종신형제를 도입하는 게 과연 사회적 방어체계 구축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흉악범에 대한 절대적 종신형제 도입 논란을 분석해본다.

⊙ 찬성 측, "흉악범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데도 기여"

절대적 종신형제 도입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감형이나 가석방,사면이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사회로부터 완전 격리해 국민을 보호하고 범죄 예방효과도 높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말 23명이 한꺼번에 사형에 처해진 이후 10년이 넘도록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가 됐기 때문에 흉악범이라도 사형을 시키기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무기형을 선고받은 흉악범도 10년이 지나면 복역 태도에 따라 감형을 받고 사회에 복귀하도록 돼 있어 이들 가운데 재범을 저지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형과 종신형이 절대 양립 불가능한 형벌은 아니다"며 절대적 종신형이 추가되면 흉악범에 대한 처벌이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법관들 또한 판결 과정에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에 사형 선고 건수도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 반대 측, "헌법 정신에 어긋나고 국제적인 사형제 폐지추세에도 역행"

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절대적 종신형제는 헌법이념에 합치되지 않을 뿐 아니라 형벌의 목적에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장기간의 구금생활로 인해 수형인이 정신적 · 육체적으로 쓸모없는 인간이 돼 버린다면 이는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사회 복귀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만큼 '수형자의 재사회화'라는 형벌제도의 목적과 취지에도 맞지 않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사형제를 그대로 두면서 사실상 사형에 버금가는 극형인 종신형제를 도입하는 것은 사형제 폐지라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형벌 과잉이자 남용이라고 꼬집는다.

58명에 이르는 확정 사형수의 형을 집행하기 위한 방편으로 종신형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발상은 용납될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설령 인명 존중을 위해 제도 도입이 불가피하더라도 사형제를 폐지하는 대안으로서만 허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 종신형제 미비점 적극 보완해 끔찍한 범죄로부터 국민 보호해야

사형제 폐지는 국제적 흐름이라 할만하다.

사형제 유지 국가는 2008년 기준 59개국인데 반해 '실질적 폐지국'을 포함한 사형제 폐지국은 우리나라를 비롯 138개국에 이르는 데서도 잘 입증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사형제 존폐 논란에서도 드러났듯 사형제 폐지는 아직도 시기상조라는 게 대세를 이루고 있다.

흉악범에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야 한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문제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인 우리나라가 다시 사형을 집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흉악범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기 위한 처벌을 실효성이 떨어지는 현행법에만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 점에서 일단 사형제는 존치시키되 사형제와 무기형의 중간에 있는 감형없는 종신형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범죄의 죄질이나 경중에 따라 사법정책적인 선택을 법관이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장기적으로는 절대적 종신형제 도입을 사형제 폐지를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정치권과 정부 당국은 절대적 종신형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해 끔찍한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절대적 종신형 : 감형이나 가석방이 불가능한 형으로,법원의 판결 이후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지내는 것을 말한다. 무기징역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감형이나 사면이 가능한 상대적 종신형과 다르다. 무기징역이 선고된 피고인은 15년 이상 지나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되고 평균 17년 정도 형을 살면 석방되는 추세다. 정부는 그동안 존폐문제로 논란을 빚어온 사형제도의 대안으로 절대적 종신형제 도입을 검토해왔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나라들은 사형제를 폐지한 대신 절대적 종신형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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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2월 9일자 보도 기사

한나라당 장윤석 제1정책조정위원장은 9일 사형제 폐지 논란과 관련,"70%에 가까운 국민이 사형제 존치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사형제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이날 PBC 라디오에 출연,이같이 말한 뒤 "국민의 뜻을 받들어 흉악범에 대한 대책으로 사형제는 존치시키되 사형제와 무기형의 중간에 있는 감형없는 종신형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흉악범을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시키자고 하는 무기형의 경우 감형과 가석방 등으로 실효성이 많이 퇴색되고 있다"면서 "감형없는 종신형제는 사형폐지론자들의 주장도 수용하는 현실적인 대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장 위원장은 또 최근 수년간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해 "국민 여론이 사형 집행을 요구하는 쪽이 우세한 것 같고 국회의원들도 사형 집행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