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끊임없이 창조와 파괴를 반복한다”

※ 아래 제시문 (가) (나) (다) (라)를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논술 기출문제 풀이] 2009학년도 연세대학교 논술 기출문제 풀이 (上)
그대들은 내가 생각하는 '세계'가 무엇인지 아는가?

이 세계는 시작도 끝도 없는 거대한 힘이며,더 커짐도 작아짐도 없이 청동처럼 단단한 고정된 크기의 힘이다.

이 힘은 고갈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할 뿐이다.

전체로서는 그 크기가 불변하며,지출도 손실도 없고 증가도 수입도 없는 가계(家計) 운영이며,자신의 경계인 '무(無)'에 둘러싸여 있고,흐릿해지거나 허비되어 없어지거나 무한히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힘으로서 일정한 공간에 자리 잡고 있지만,이 공간 어디에도 '빈' 곳은 없다.

이 세계는 도처에 가득 차 있는 힘이고 동시에 힘들과 그 파동이 엮어내는 놀이이며,하나이자 동시에 '여럿'이다.

여기서는 쌓이고 저기서는 줄어들며,스스로 휘몰아쳐 오고 스스로 휘몰아쳐 나가는 힘들의 바다이며,영원히 변화하고 영원히 되돌아오며,장구한 회귀(回歸)의 세월 속에서 밀물과 썰물처럼 여러 형태를 취한다.

가장 단순한 것으로부터 가장 복잡한 것으로 움직여 나아가고,가장 고요하고 딱딱하고 차가운 것을 넘어 가장 뜨겁게 이글거리고 가장 사나우며 자기 자신에 가장 격렬히 저항하는 것이 되었다가,그 다음엔 충만함으로부터 단순함으로 다시 되돌아온다.

모순의 놀이로부터 다시 조화의 기쁨으로 되돌아오면서,오랜 세월 동안 똑같은 궤도 위에서 자기 자신을 긍정하고,영원히 되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으로서의 자기 자신을,포만도 권태도 피로도 알지 못하는 변화로서의 자기 자신을 축복하는 세계.

이러한 나의 디오니소스적 세계는 영원한 자기창조와 영원한 자기파괴의 세계이자 이중적 관능의 비밀스러운 세계이고 선과 악 저편의 세계이며,순환의 행복 이외에는 아무 목적도 갖지 않으며 원환(圓環)의 고리가 자기 자신에 대해 갖는 선한 의지 이외에는 어떤 의지도 없는 세계이다.

그대들은 이 세계의 이름을 알고 싶은가?

그 모든 수수께끼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얻고 싶은가?

그대들,가장 깊숙이 숨어있는 자들,가장 강하고 결코 놀라지 않는 자들,한밤의 어둠 속에 있는 자들이여,그대들 자신을 위해서도 한 줄기 빛을 원하는가?

자본주의는 본질상 경제 변화의 한 형태이거나 방법이다.

자본주의는 결코 정체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럴 수도 없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진화적 특성은 단순히 경제적 삶을 둘러싼 사회적,물리적 환경의 변화에 의해 경제행위의 내용이 바뀐다는 사실에서 기인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러한 사실은 중요하며,산업 변화는 종종 이러한 변화들(전쟁,혁명 등)에 의해 조절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변화들이 산업 변화의 일차적 동인(動因)은 아니다.

자본주의 전개 과정의 진화적 특성은 인구와 자본의 자동적 증가나 금융시스템의 예측치 못한 변동에 기인하는 것도 아니다.

자본주의의 엔진을 작동시키고 이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근본적인 추진력은 새로운 상품,새로운 생산 방식 또는 수송 수단,새로운 시장,자본주의 기업이 창조해 낸 새로운 산업 조직의 구성 등으로부터 온다. [……중략……]

1760년에서 1940년 사이에 노동자의 수입은 단지 지속적으로 성장한 데 그치지 않고 질적인 변화를 겪었다.

마찬가지로 일찍이 윤작(輪作),쟁기질,거름주기와 같은 합리적 농법이 도입되었을 때부터 곡물 창고,철도 등과 연계된 오늘날의 기계화된 방식에 이르기까지 농업 생산체계의 역사는 잇단 혁명의 역사였다.

대장간 화덕에서 오늘날의 용광로에 이르는 철강 산업 생산체계의 역사도,물레방아에서 현대적인 발전소에 이르는 전력 산업 생산체계의 역사도,역마차에서 비행기에 이르는 수송의 역사도 그러하다.

해외 또는 국내에서 새로운 시장의 출현과 철공소에서 U.S. Steel(미국의 대표적인 철강회사)로의 발전은 ― 생물학의 용어를 쓴다면 ― 모두 산업적 돌연변이의 과정이며,이것은 쉴 새 없이 내부로부터 경제구조의 혁명을 일으키고,끊임없이 오래된 것을 부수며,멈추지 않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창조적 파괴'의 과정은 자본주의의 본질적 요소이다.

이것이 바로 모든 자본가가 주목해야 할 자본주의의 요체이다.

역사 발전의 초기단계에 있는 사회들은 대부분 일련의 위계적인 신분들 사이에 맺어진 복잡한 관계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고대 로마에는 가부장,기사,평민,노예가 있었고,중세에는 봉건영주,가신(家臣),장인,견습공,농노 등이 있었으며,각 계급 내부에도 거의 예외 없이 위계질서가 존재했다.

이러한 봉건사회의 붕괴를 통해서 출현한 근대 부르주아 사회 역시 계급 대립을 해소한 것은 아니었고,다만 과거를 대체할 새로운 종류의 계급,새로운 억압 조건,그리고 새로운 투쟁 형태를 선보였을 뿐이다. [……중략……]

부르주아 계급의 발전 단계에는 각각 그에 조응하는 정치적 발전이 수반되었다.

원래 부르주아 계급은 봉건영주의 지배 아래에서 억압을 받던 신분에서 출발하여,중세 코뮌과 같은 자위능력을 갖춘 자치공동체,(독일이나 이탈리아에서처럼) 독립적인 도시공화국,(프랑스에서처럼) 군주의 과세대상인 '제3계급'으로 발전해 왔다.

그 후 가내수공업 시기에는 반(半)봉건적 또는 절대주의적 군주제에서 귀족에 대한 대항 세력이자 군주제의 주춧돌이 되었다.

근대 산업 및 세계시장의 등장과 함께 드디어 부르주아 계급은 근대 대의제 국가를 통해 배타적인 지배권을 쟁취했다.

근대 국가의 행정부란 전체 부르주아 계급의 공동업무를 관리하는 이사회에 다름 아니다.

부르주아 계급은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자신의 지배권을 획득한 곳에서 부르주아 계급은 모든 봉건적,가부장적,목가적인 사회관계를 해체했다.

태어날 때부터 인간을 상전(上典)에 묶어 놓았던 봉건적 속박을 가차없이 찢어버리고 사람들 사이에 벌거벗은 이해관계 내지는 '금전적 수수관계' 가치를 교환가치로,또 오랫동안 인정되어 온 수많은 종류의 자유를 '자유무역'이라는 단 하나의 비인간적인 자유로 대체했다.

한마디로 종교적,정치적 베일에 가려 있던 착취를 적나라하고 몰염치하며 직접적이고도 노골적인 착취로 바꾸어 놓고 말았다. [……중략……]

관념의 역사는 정신적 생산이 물질적 생산의 변화에 발맞춰 변해 왔음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각 시기의 지배적 관념은 항상 지배계급의 관념이었다.

관념이 사회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킨다는 말은,구(舊)체제 내부에서 새로운 사회의 요소들이 만들어지고 낡은 관념의 해체가 낡은 존재 조건의 해체와 보조를 맞춰 진행된다는 점을 표현할 뿐이다. [……중략……]

부르주아 계급의 존재와 지배를 위한 본질적 조건은 자본의 형성과 축적이고,자본의 조건은 임금노동이다.

임금노동은 노동자 사이의 경쟁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부르주아 계급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산업의 발전은 경쟁으로 인한 노동자들 사이의 분리 상태를 결사(結社)를 통한 혁명적 단결로 바꿔 놓는다.

따라서 근대 산업의 발달은 부르주아 계급의 생산과 착취의 기반 자체를 송두리째 붕괴시킨다.

결국 부르주아 계급은 생산 활동을 통해 제 무덤을 파고 있다.

부르주아 계급의 몰락과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승리는 모두 불가피하다. [……중략……]

정치권력이란 것은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을 억압하기 위해 조직한 힘에 불과하다.

만약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부르주아 계급과 투쟁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하나의 계급으로 단결되고 혁명을 통해 지배계급이 되어 낡은 생산조건들을 폭력적으로 지양(止揚)한다면,이는 곧 계급 대립의 조건들 및 계급 일반,더 나아가 지배계급으로서 자신의 지위까지 지양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계급갈등으로 점철된 낡은 부르주아 사회를 대체하여 각자의 자유로운 발전이 곧 만인의 자유로운 발전의 전제조건이 되는 공동체가 등장할 것이다.

아래의 그림들은 미국의 실질 가계소득 증가율,그리고 미국 노동자의 시간당 생산량과 시간당 실질임금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논술 기출문제 풀이] 2009학년도 연세대학교 논술 기출문제 풀이 (上)
[논술 기출문제 풀이] 2009학년도 연세대학교 논술 기출문제 풀이 (上)
[문제1] ‘창조’와 ‘파괴’의 관점에서 제시문 (가), (나), (다)를 비교하시오. (800자내외,30점)

[문제2] 제시문 (가)와 (나) 가운데 역사 해석의 관점으로 더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것 하나를 선택하고,그 입장에서 다른 제시문의 주장을 비판하시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논의하시오. (800자내외,30점)

[문제3] 제시문 (나)와 (다)의 주장에 근거하여 제시문 (라)의 그림을 해석하시오. (1,000자내외, 40점)

⊙ 문제 분석

2009학년도 연세대학교 논술(인문계열)의 경우 문제가 총 3가지로 구성되어 있지만,결국에는 학교 측에서 밝힌 대로 각 제시문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역사관을 활용하여 현대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한 학생의 견해를 묻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문제는 3가지로 나뉘어 있지만 결국은 하나의 주제에 대한 문제라고 보면 된다.

결국 학생들의 제시문 분석능력을 묻는 문제가 "[문제 1]의 '창조'와 '파괴'의 관점에서 제시문 (가),(나),(다)를 비교하시오" 이며,학생들의 논리력을 묻는 문제가 "[문제 2〕 제시문 (가)와 (나) 가운데 역사 해석의 관점으로 더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것 하나를 선택하고,그 입장에서 다른 제시문의 주장을 비판하시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논의하시오"이며,텍스트와 통계자료를 연결하여 사고,추론하고 이를 현실세계에 어떻게 적용하는지를 묻는 문제가 "[문제 3〕 제시문 (나)와 (다)의 주장에 근거하여 제시문 (라)의 그림을 해석하시오" 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2009년 연대 정시 논제는 지금까지 연대에서 취한 평가 항목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문제를 통해서 학교 측에서 요구하는 평가항목을 엿볼 수 있는데,첫째,난이도가 높은 제시문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둘째,각각 논리적으로 반대되는 의견들을 비판할 수 있는 논리력,셋째,이를 그래프나 표 등의 수치적인 자료에 적용하는 사고력이 주된 평가항목이라고 볼 수 있다.

각각의 문제에 대한 자세한 분석과 답안작성요령은 제시문 분석을 거친 후에 논의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이번 연대 정시 논술의 경우에는 제시문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므로 제시문을 꼼꼼히 천천히 읽지 않는다면,각각의 제시문의 입장 정리가 쉽지 않을 것이며 각 제시문에서 보이는 쟁점을 찾아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 제시문 분석

제시문 (가)는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가 1885년에 쓴 유고의 일부이다.

다른 제시문보다도 이 제시문을 이해하는 데 학생들의 어려움이 가장 컸으리라고 보여진다.

아무래도 철학적인 논의이다 보니,주장과 근거를 쉽게 찾기 어렵기 때문이고 논의의 진행 과정도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난이도가 높은 제시문이 나온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기 바란다.

1. 절대 당황하지 말라! 고등학생들도 풀 수 있는 문제를 대학에서는 출제한다.

2. 제시문을 모두 이해하려는 생각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3. 절대 당황하지 말고 천천히 제시문을 읽어나가면서 중요한 단어와 문장을 찾아내라.

4. 그래도 제시문이 이해가지 않는다면,과감히 다른 제시문부터 분석하라.

5. 다른 제시문 분석을 명확히 했다면,각각 제시문의 입장을 정리하고 그것의 논리적인 반대되는 주장들을 만들어 보라.

6. 문제에서 제시되는 주제어에 주목하여 다른 제시문과의 연관성을 살피면서 다시 제시문을 분석하라.

학생들이 잘못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제시문을 모두 이해해야 논술을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제시문의 논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글을 쓸 수조차 없겠지만,제시문을 모두 이해해야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각 대학의 출제위원들 역시 제시문의 출전에 대한 완벽한 이해 혹은 그것이 가진 학계에서의 논쟁을 물으려고 내는 것이 아니라,하나의 주제라는 큰 그림에서 문제를 풀 수 있는 하나의 조각 혹은 실마리로서 제시문을 출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시문에 얽매이지 말고 내 생각을 쓰는 데 필요한 자료라고 생각하라.

이렇게 봤을 때,현명한 수험생이라면 제시문 하나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끙끙댈 것이 아니라 전체 주제와 다른 제시문을 살피면서 이해되지 않는 제시문을 다시 정독해야 할 것이다.

제시문 (가)를 천천히 한 번 읽은 후,첫 번째 문제의 '창조와 파괴'라는 단어와,두 번째 문제의 '역사 해석의 관점'이라는 단어에 주목하여 다시 제시문을 읽어보자.

그리고 중요한 단어와 문장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다면 니체가 생각하는 세계 혹은 역사는 제시문에 나와있는 대로,"영원히 변화하고 영원히 되돌아오며,장구한 회귀(回歸)의 세월 속에서 밀물과 썰물처럼 여러 형태를 취한다" "세계는 영원한 자기창조와 영원한 자기파괴의 세계" "선과 악 저편의 세계이며,순환의 행복 이외에는 아무 목적도 갖지 않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니체가 생각하는 세계는 영원히 변화하는 세계이다.

문제에서 제시된 단어를 활용해서 생각한다면 세계는 끊임없이 창조와 파괴를 반복하는 세계이다.

그리고 이렇게 창조와 파괴를 반복하는 동력은 '힘'이라고 제시한다.

그런데 이 '힘'의 의지는 선과 악 저편의 세계이며 순환의 행복 이외에는 아무 목적도 갖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이데올로기처럼 지향점이 있는 것도 아니며,달성해야 할 목표와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끊임없이 자기를 파괴하고 다시 창조하는 순환하는 세계가 바로 니체가 생각하는 세계인 것이다.

따라서 역사 역시 어떤 목적 없이 순환하는 것이다.

진보 혹은 발전하는 역사가 아니라 그저 순환하는 역사인 것이다.

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역사와 세계는 발전한다는 사고와는 조금 다른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세계가 발전 혹은 진보한다는 주장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의 세계,역사는 어디로 발전하고 있는가,어디로 진보하고 있는가이다.

다시 말해 니체의 입장을 따른다면,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목표는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 없이 역사와 세계가 발전,진보하고 있다는 생각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니체의 입장을 비판한다면,만약 세계가 어떤 지향점 없이 창조와 파괴를 반복한다면,세계 안의 존재인 인간은 어떤 의미도 갖지 못한 채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이 문제에 대한 답안을 작성할 때 보다 풍부한 쓸 거리와 논쟁 거리를 제시해 줄 것이다.

이용준 S · 논술 선임연구원 leroy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