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법 개정안이 빠르면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돼 논의될 모양이다. 현재 국회에는 8개의 한은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어 병합심의할 방침이라고 한다. 한국은행법 개정문제는 세계금융위기 이후 한국은행이 보다 적극적인 금융시장안정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한국은행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 금융안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수단과 방법을 어떻게 할 것이며 기존의 정부 업무와 상충(相衝)되는 것은 없는지 등 따져보아야 할 문제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최근 한나라당에서는 유일하게 김성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한은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보면 제1조 설립목적에 물가안정뿐만 아니라 '금융안정'을 추가하고,금융기관에 대한 여신이나 공개시장조작의 수단을 확대하는 한편 외국환업무는 '기획재정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수행하도록 돼있던 조항을 삭제하는 것 등이 골자다. 그런데 여기에 더 민감한 사안이 덧붙여져 있다. 통화신용정책과 금융안정 정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한국은행이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직접 서면조사나 실지조사를 할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현행 법률에서는 금융기관들에 대한 검사 및 공동검사를 금감원에 요구할 수 있고,이 경우 금감원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돼있다. 이 부분은 기획재정부나 금융감독위 등 정부와 견해차가 클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은법 개정도 국회심의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물론 어떤 것이 정답이냐는 것은 국회에서 충분히 심의해 결정할 일이지만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만은 분명히 제시하고 싶다. 검사나 조사권 집행에 있어서 정부나 한국은행의 업무편의가 아니라 조사를 당하는 금융기관들의 입장을 반영해 좀더 신중하게 검토(檢討)해주기 바란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금융기관들은 너무 많은 '상전'이나 '감독'들로 인해 일을 제대로 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라는 하소연이 그치지 않고 있다. 업무를 조정하든 관계기관의 협조를 제도화하든 금융기관들을 추가로 닦달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은법 개정안 심의에서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