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확대만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

지난 5일 독일에 있는 현대 · 기아자동차 유럽총괄법인을 방문한 정몽구 현대 · 기아차 회장은 전 세계에 불어닥친 불황 극복의 해법을 이같이 말했다.

최고경영자(CEO)의 강력한 의지에 힘입어 현대 · 기아차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올 1월 판매량이 현대차는 작년보다 14.3%,기아차는 3.5% 증가하는 등 톱10 브랜드 중 유일하게 판매신장세를 기록했다. 현대차 제네시스는 지난달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된 데 이어 얼마 전 '캐나다 올해의 차'로 꼽히는 등 북미 2관왕을 거머쥐었다. 불황 속 선전을 바탕으로 현대 · 기아차는 공격적 마케팅과 현장중심의 경영,조직 재정비를 통해 글로벌 경제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MK 현장경영 시동

정몽구 회장은 설 연휴 직후인 이달 초 4박5일 일정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러시아 모스크바 현지법인을 방문하고 현대차 체코 공장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등을 둘러봤다. 수요 급감이 심각한 유럽 시장을 찾아 판매 확대 방안을 찾기 위한 목적이었다.

정 회장은 " 글로벌 경기 침체는 우리만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전 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라며 "유럽 각국별 특성에 맞는 전략 차종을 투입해 공격적인 판매계획을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유럽 시장에 경차 i10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달에는 소형차 i20를 추가로 선보이면서 중 · 소형차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형 전략차종인 씨드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기아차는 지난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연비를 개선한 ISG(Idle Stop & Go) 시스템을 적용한 씨드ISG 모델을 추가로 선보였다. 기아차는 올 상반기 포르테와 쏘울을 추가로 출시해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유럽에 이어 이달 말에는 미국 출장에 나설 계획이다. 사업부별 최고경영자들도 순차적으로 해외시장을 점검할 예정이다.

◆신차로 불황 뚫는다

내수 시장을 겨냥한 공격적 신차 출시 계획도 세웠다. 현대 · 기아차는 모닝LPI를 시작으로 에쿠스 후속모델,아반떼 하이브리드,포르테 하이브리드,쏘나타 후속모델,쏘렌토 후속모델,투싼 후속모델 등 총 9종의 신차를 국내 시장에 쏟아낼 계획이다.

현대차는 쏘나타 후속모델인 YF(프로젝트명)를 9월쯤 출시하고 신차 효과를 통한 판매 회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내수 판매가 3만5396대에 그쳐 작년보다 31.8%나 급감한 데 따른 조치다. 초대형 럭셔리 세단인 신형 에쿠스는 다음 달 11일 신차발표회와 함께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기아차도 4월 쏘렌토 후속모델인 XM을 내놓고 올 하반기엔 포르테 쿠페(XK)와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를 선보인다. 연말엔 준대형 세단인 VG(프로젝트명)를 출시해 중형 세단 로체와 대형 세단 오피러스를 연결하는 승용차 라인업을 구축한다.

◆조직 재정비

현대 · 기아차는 지난 18일 국내와 해외를 총괄하는 '글로벌영업본부'와 '마케팅사업부'를 신설하고 '영업기획사업부'를 확대하는 등 영업 및 마케팅 관련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조직 효율화를 통해 판매 확대를 꾀한 것.글로벌영업본부는 기존 양분화돼 있던 국내 및 해외영업본부를 합친 것이다. 그 밑에는 국내를 포함한 미주 유럽 아태 아중동 5개 지역 본부를 두고 시장별 책임판매체제를 구축했다.

마케팅사업부는 국내외 사업부에 흩어져 있던 마케팅전략 및 실행담당부서를 하나로 모은 것이다. 영업기획사업부는 수출지원사업부를 확대 개편해 국내외 생산 및 판매 계획 수립과 조정 등을 맡는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