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주부 이정미씨(45)는 지난해 12월 6.6㎡(2평) 규모의 테이크아웃 스낵 전문점을 열었다. 점포는 화성시 봉담읍 택지개발지구에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 매장 안에 자리잡고 있다. 엄마따라 마트에 온 아이들과 인근 학원의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핫치킨과 콘피자,벨기에식 와플,닭꼬치 등을 1000~2000원에 판다. 하나로마트 영업시간에 맞춰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열며,가게는 혼자서 운영한다.

이씨는 중 ·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학원비라도 벌겠다는 생각으로 창업에 나섰다. 여윳돈이 넉넉지 않아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다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 아이템을 알게 됐다. 창업비용으로 보증금 1000만원을 포함해 인테리어 · 시설비와 가맹비 등으로 모두 2980만원이 들었다. 월정액 임대료 대신 매출의 20%가량을 수수료로 낸다.

이씨는 가맹 계약 전 가맹본사의 신뢰도와 재료 유통 과정,신선도 여부를 꼼꼼히 따지고 다른 가맹점에 들러 현황도 살펴봤다. 가맹본사에서 완제품에 가까운 재료를 공급해 주기 때문에 혼자서도 가게를 꾸릴 수 있고 무엇보다 일반 점포 창업보다 초기 투자비가 적은 게 호감이 갔다. 마트를 찾는 소비자가 많고,점포 바로 옆에 무료 놀이방이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이씨는 "처음에는 하루 종일 서 있는 게 힘들고 일이 손에 익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래도 첫달에 250만원 정도 수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씨의 점포처럼 기존 매장 내 한켠에 들어서 있으면서 기존 매장과는 다른 품목을 판매하는 점포를 '숍인숍(shop in shop)'이라고 부른다. 최근 창업 시장에서 각광받는 불황형 소자본 창업 아이템 중 하나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장은 "숍인숍 창업은 일반 점포를 구해 창업하는 것에 비해 권리금이나 보증금 등 점포 비용이나 인테리어 · 시설비가 적게 들고 홍보나 마케팅 부담도 작다"고 말했다.


◆'숍인숍' 창업 기회 늘어나

숍인숍은 미용실과 찜질방 내 네일아트숍이나 문구점 내 인쇄전문점,편의점 · PC방 내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동네 슈퍼마켓 내 피자점,피부과 병원 내 화장품숍,베이커리 내 아이스크림 판매점,한의원 내 건강식품숍 등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숍인숍 창업의 가장 큰 매력은 기존 매장이 확보하고 있는 고객을 공유함으로써 사업 초기부터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것.물론 기존 점포들도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임대 수익을 추가로 거둘 수 있다. 특히 판매 아이템 간 '궁합'이 잘 맞을 경우엔 서로 고객수를 증대시킬 수 있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규모가 큰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쇼핑상가 등의 빈 공간에 점포를 여는 것도 넓은 의미의 숍인숍 창업에 속한다. 이에 맞춰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뿐 아니라 스낵전문점 '요기꺼리',젤라토아이스크림 전문점 'B7아이스크림',패션주얼리 판매점 '프시케',피자전문점 '헬로파파' 등 숍인숍 위주의 가맹사업을 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늘고 있다.


◆점포 특성에 맞는 아이템 골라야

기존 점포와의 고객 공유,수수료 위주의 임대방식 등은 숍인숍 창업의 장점인 동시에 한계로도 작용한다. 숍인숍은 일종의 '더부살이'이기 때문에 기존 점포의 매출 상황이나 영업시간,계약기간에 직접적인 제약을 받는다. 장사가 잘되는데도 기존 점포가 폐점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쩔 수 없이 사업을 접어야 한다. 최재봉 연합창업컨설팅 소장은 "상권이나 입지,장기적인 사업 전망과 계약기간 등을 꼼꼼히 따지고 점포 특성에 맞는 아이템을 골라야 한다"며 "기존 점주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숍인숍은 초기 점포 비용은 적게 드는 대신 고정적인 임대 비용은 높은 편이어서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숍인숍 매장의 수수료나 임대료는 매출의 15~25% 선으로 창업전문가들이 점포 임대료의 적정 수준으로 보는 매출의 10~15%보다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수수료를 빼고 난 뒤 수익률이 적정한가를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커피나 아이스크림,액세서리 등 영업 마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아이템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