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팀 = 경기침체로 금융권 연체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급상승하면서 연체대출 규모가 30조 원을 넘어섰고 40조 원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던 가계대출과 대기업대출 연체율도 꿈틀거리고 있어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 금융권 연체대출 10조원 늘어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업과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이 악화되면서 금융권 연체대출(원화대출 기준)은 작년 이후 10조3천600억 원 늘었다.

대출자산은 1천256조9천700억 원으로 13.32% 늘어나는 동안 연체금액은 32조9천200억 원으로 45.92% 급증했다.

2007년 말을 기준으로 은행은 올해 1월 말까지, 보험과 카드사는 작년 말까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은 작년 9월 말까지의 연체대출 규모를 비교했다.

연체대출 규모가 급증한 것은 작년 하반기부터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기업과 가계가 늘었기 때문이다.

전체 금융권 대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은행과 보험의 중소기업 연체채권은 10조4천억 원으로 무려 6조5천억 원 급증했다.

연체율도 은행이 1.00%에서 2.36%로, 보험이 2.01%에서 2.50%로 각각 상승했다.

중소 상공인이 많이 이용하는 서민 금융기관의 연체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작년 9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연체대출 규모는 8조5천800억 원으로 2007년 말에 비해 1조6천500억 원 늘었고 연체율은 14.70%에서 16.00%로 올라갔다.

신협 등 상호금융기관도 작년 9월 말의 연체대출이 6조4천800억 원으로 전년말보다 6천300억 원 증가했고 연체율은 4.00%에서 4.30%로 상승했다.

작년 10월 이후 경기침체가 본격화됐음을 고려할 때 서민 금융기관의 연체율은 더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이후 경기침체로 인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짐에 따라 시차를 두고 연체율이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연체대출 40조원 돌파 시간문제

올해 들어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던 대기업과 가계의 연체율도 크게 뛰어올랐다.

경기침체의 폭이 깊어지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뿐아니라 가계와 중견기업의 빚 상환능력도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2007년 말 0.55%에서 작년 말 0.60%로 0.05%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지만 올해 1월 말에는 0.82%로 0.32%포인트 뛰어올랐다.

고용사정이 악화되면 5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대출 연체율이 중소기업 대출에 이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는 2천286만1천명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10만3천명(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 연체율도 2007년 말 0.37%에서 작년 말에는 0.34%로 0.03% 낮아졌다가 올해 1월 말에는 0.59%로 0.25%포인트 상승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전업종에 걸쳐 경영난이 가중됨에 따라 대기업들 중에서도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곳이 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기부진과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금융권 전체 대출 연체액이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에 3개월 후행하는 연체율이 작년 3분기에 최저점을 찍고 이미 상승추세로 돌아선 데다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혁재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데다 기업 구조조정까지 겹쳐 금융권의 연체액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금융권 전체 연체액이 40조 원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지적했다.

◇ 은행 부실채권 1년새 2배

국내 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잔액도 작년 12월 말 14조3천억 원으로 전년 말 7조7천억 원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부실채권은 원화대출과 외화대출, 지급보증 등 은행 전체 여신 중 고정이하(3개월 이상 연체)로 분류되는 여신을 말한다.

작년에 은행들은 대손상각(4조4천억 원), 담보처분(3조8천억 원), 여신정상화(2조7천억 원), 매각(1조6천억 원) 등의 방식으로 14조 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정리했지만 부실채권잔액 증가세를 막지는 못했다.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로 인해 은행권의 부실채권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부실채권의 조기정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국내 은행권의 부실우려 규모를 44조 원으로 추산했다.

▲키코 등으로 인한 부실 가능자산 2조 원 ▲부동산.건설사 대출 10조 원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8조 원 ▲개인사업자(SOHO)대출 11조 원 ▲중소기업대출 7조 원 ▲가계대출 6조 원 등으로 추정해 산출한 액수다.

하나금융연구소는 건설, 부동산, 중소기업 대출 부실과 선수금환급보증(RG)보험, 키코 등의 부실로 인한 국내 일반은행(국책은행 제외)들의 최대 손실액을 12조~26조 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이혁재 애널리스트는 "경기가 올해 하반기에 회복될 것이라는 가정에 따라 부실률과 부실액을 추정했다"며 "부동산 등의 담보대출의 원금 회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부실율은 5%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