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70년대 한창 유행했던 송창식의 노래 '고래사냥' 가사 중 일부다. 고래가 숨을 쉬는 모습은 참으로 특이하고 때론 신비로운 느낌마저 준다. 특히 흰수염고래나 혹등고래와 같은 대형 고래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날숨을 분수처럼 뿜어대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감마저 들게 만든다. 그렇지만 정작 고래가 물을 뿜어대는 장관을 실제로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고래는 육지에서 최소 3~4㎞ 정도는 배를 타고 나가야 볼 수 있는데다 그것도 운이 좋아야 고래와 조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고래 관광이다. 고래가 자주 출현하는 때와 장소에 맞춰 관광객을 배에 태우고 나가 지구에서 가장 큰 동물인 고래의 장엄한 몸짓을 직접 육안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상품이다. 미국과 캐나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오래전부터 고래관광이 인기를 끌어왔고 호주에는 관광객이 직접 바다에 들어가 야생 돌고래를 만져 보고 돌고래와 함께 수영까지 할 수 있는 이색 관광상품도 있다.

우리나라 포경(고래잡이)의 전진기지였던 울산이 고래관광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내 유일의 고래박물관이 있는 장생포가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도시 전체를 국제적인 고래관광지로 만들기 위한 계획이 착착 진행중이라고 한다. 핵심 사업은 오는 4월부터 시작되는 고래 관광. 장생포항을 출발, 2~3시간 돌며 밍크고래 돌고래 등을 관찰하는 이 코스는 우리나라 해양 관광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울산에는 돌고래 쇼를 하는 아쿠아리움을 비롯해 2018년까지 다양한 고래관광 시설이 들어설 것이라 한다.

울산의 변신은 국제포경위원회의 결의로 지난 23년간 고래잡이가 금지된 결과 동해안의 고래 수가 크게 늘어났기에 가능했다. 물론 고래 때문에 어획고가 줄었다며 다시 포경을 허용해 달라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자연은 잘 보존하면 더 큰 혜택을 인간에게 돌려주는 법. 오징어와 멸치를 먹어치운다고 천덕꾸러기 취급했던 돌고래가 효자 관광상품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장차 세계적인 관광지로 떠오를 울산 앞바다에서 돌고래와 함께 수영할 수 있는 날을 한번 꿈꿔본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