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이 지난 4일부터 본격 시행됨에 따라 투자자 성향 분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투자성향에 따라 판매사에서 투자를 권유할 수 있는 상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펀드의 경우에도 위험등급이 별도로 부여되는데,지금은 펀드 판매사들이 정한 등급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투자협회와 금융감독원은 자산운용사들이 펀드 출시 때 내놓는 펀드 위험등급을 각 판매사들에도 동일하게 적용토록 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단일화된 펀드 위험등급을 기준으로 은행과 증권 보험사 등 펀드 판매사들이 고객의 성향에 맞는 투자권유를 할 것으로 보인다.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서 실질적으로 무엇을 파악해야 하는지를 알아본다.

◆투자성향 진단서 미리 받아두면 유리

자통법이 시행되면서 현재 펀드 판매사들은 자통법 기준에 맞춰 펀드를 팔아야 한다. 일단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선 고객의 투자 성향을 진단할 수 있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 질문은 금융투자협회가 만든 표준투자권유준칙을 기준으로 각 판매사들이 만든 것으로 각 판매사마다 조금씩 다르다.

투자자 성향 조사는 총 7~10개의 질문으로 구성돼 있다. 이 질문에 답변을 하면 이를 기반으로 투자성향을 분류한다. 각 항목마다 배점이 1~5점씩으로 나뉘는데 이 역시 판매사마다 다르다. 총점을 100점으로 환산하는 곳이 있는 반면,아예 처음부터 100점을 기준으로 배점을 하는 곳도 있다.

질문 내용은 △투자자의 연령 △투자기간 △투자경험 △상품 지식 △금융투자비중 △소득상태 △손실 감내 등으로 이뤄져 있다. 투자자 성향 진단서는 한번만 응하면 다음부터는 이 기준에 따르겠다는 확인서만 쓰면 된다. 기존 등급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투자기간 상품지식 소득상태가 달라지면 펀드 가입시 다시 작성해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확인서만 쓰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간을 내서 미리 받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지적이다.



◆'손실감내' 문항이 가장 중요

높은 위험등급의 펀드에 가입하려면 투자성향 진단서를 작성할 때 손실을 어느 정도까지 견딜 수 있는지 묻는 '손실감내도'(주로 7번 항목)에 대한 답변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투자자 설문조사에서 '투자 원금은 보전돼야 한다'고 대답한 투자자에게 유일하게 마이너스(-2점) 점수를 부여하고 있으며 한국투자증권도 같은 대답에 -4점을 주고 있다. 이들 증권사의 배점 방식에 이 문항을 제외하고는 감점하는 경우가 없다. 다른 질문사항에 대한 배점은 1(미래에셋)~2점(한국증권)씩 차이가 나는 데 비해 이 항목은 답변별로 2~4점씩 차이를 두고 있어 변별력이 큰 편이다.

미래에셋증권의 한 상담사는 "표준투자권유준칙에 권고된 것을 기초로 작성된 투자자 설문조사는 펀드 판매사마다 질문의 내용과 배점이 조금씩 다르지만 투자 손실 감내도를 묻는 조항의 배점이 가장 높고 편차도 많이 난다"고 설명했다.

질문과 별도로 투자성향을 묻고 있는 판매사에선 총 배점에 따른 등급에서 '보수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한단계 낮춘다는 기준을 갖고 있기도 해 이에 대한 답변도 투자자 성향 등급을 나누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점수가 같은 경우에도 투자성향 등급이 달라질 수 있다.

◆위험 높은 펀드도 확인서 쓰면 가입 가능

자신의 투자 성향을 진단한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펀드 판매사 측에서 투자 권유행위가 이뤄진다. 점수별로 고객을 △위험회피형 △안정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 △공격투자형 등 5단계 중 하나로 분류한다.

위험회피형은 위험등급이 낮은 펀드가 권유된다. MMF(머니마켓펀드)뿐이다. △안정형은 채권형펀드 △위험중립형은 혼합형펀드 △적극투자형은 국내 주식형펀드(주로 가치투자형) △공격투자형은 해외주식형펀드와 인덱스펀드 등을 권유받을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판매사들은 해외주식형펀드와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인덱스펀드를 '초고위험'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삼성그룹주와 같이 일부 업종의 비중이 높은 국내 주식형펀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 같은 펀드에 가입을 원하는 펀드 투자자들은 일단 투자성향 진단의 등급이 높아야 한다.

물론 등급이 낮게 나왔다고 전혀 펀드에 가입할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투자성향 등급보다 높은 펀드에 가입을 원할 경우 펀드 판매사로부터 위험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은 뒤 '설명을 모두 들었고,이에 따른 손실은 모두 책임지겠다'는 '투자자 확인서'에 서명을 하면 된다. 투자자 확인서엔 서명과 함께 '확인했다'는 글자 위에 친필로 한번씩 덮어 다시 써야 한다. 3번 정도로 번거로운 수준은 아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