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지않는 사형제 존폐 논쟁

‘견고한 비늘은 그의 자랑이라,서로 연함이 봉한 것 같구나…그것이 일어나면 용사라도 두려워하고 놀라며 칼로 찔러도 쓸데없고 창이나 작살도 소용이 없구나… 땅 위에는 그것 같은 것이 없나니 두려움 없게 지음을 받았음이라.’

구약성서「욥기」에 기록된 물속에 사는 거대한 환상의 동물,리바이어던(Leviathan)에 관한 설명이다.

‘만인(滿人)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홉스는 그의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자연 상태의 혼란을 막으려면 자연법을 어기는 사람들을 처벌해 줄 강력한 리바이어던이 필요하다”며 국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후세 학자들은 이러한 홉스의 주장에 '사회계약설'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홉스,루소,칸트,밀 등 사회계약론자들은 국가가 흔들리면 무시무시한 자연 상태가 언제든 다시 나타나므로 엄격한 법질서로 다스려야 한다고 강조하며 사형제도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20세기에 이르러 사형제 폐지론이 일면서 현재 102개국이 사형제를 폐지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31개국은 사형 판결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에 속해 있다.

사형제도는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철학적 · 윤리적 질문을 포괄하고 있기에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오랜 논란 중 하나다.

최근 뜨겁게 주목받고 있는 사형제도 논란의 역사와 본질을 알아보자.

⊙ 사형제도의 역사적 고찰

[Cover Story] “생명권은 절대 불가침” … 살인마도 “난 안죽어?”
기원전 18세기 고대사회에는 '눈에는 눈,이에는 이'라는 탈리오 법칙이 적용된 사형제도가 있었다.

탈리오 법칙은 고대 바빌로니아 법률에서 피해자가 받은 피해 정도와 똑같게 범죄자를 벌주도록 한 원칙으로 가장 오래된 성문법인 함무라비 법전에 기록돼 있다.

로마 시대에도 '십이동판법' 등에서 사형이 인정됐다.

사형제도는 서양에서 희랍 철학자들의 형법과 관련된 견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기원전 6세기 피타고라스는 형벌제도를 통해 정당한 보복을 할 수 있다고 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형벌은 범죄로 인해 발생한 불평등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형벌의 실체에 대해 명확한 이론을 확립했다.

14세기에는 보통 범죄에 대해서도 사형으로 처형했고 죽이는 방법도 더 잔인했다.

심지어 헨리 8세의 치하(1509~1547)에서는 약 7만2000명의 절도범이,엘리자베스 치하(1558~1604)에서는 8만9000명이 사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근대 계몽주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간의 존엄,자유,천부인권사상 등이 강조됐다.

볼테르 등의 계몽사상가들은 '왜 국가가 형벌을 가해야 하고 국민들이 그 형벌에 복종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그에 대한 합리적인 해답을 찾으려고 했으나 사회계약론자들의 반대에 맞서야 했다.

이탈리아의 법학자 체사레 베카리아는 '범죄와 형벌'(1764)에서 처음으로 사형제 폐지를 주장해 본격적인 사형제 존폐논쟁의 불씨를 댕겼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조선의 8조 법금에 '살인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조문이 나와 있다.

조선시대에는 능지처참 부관참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행됐고 목을 매는 참수형,매달아 죽이는 교수형이 시행되었다.

1945년 이후 1634명에게 사형을 집행했으며 현재 사형선고가 내려져 사형이 확정됐으나 아직 집행되지 않은 사형수가 58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7년 12월30일부로 10년 동안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 국제사면위원회로부터 '사실상 사형폐지 국가'로 분류돼 국제사회에서 인권국가로 인정을 받았다.

⊙ 사형제 존치론의 주장

사형제도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극악한 죄에 대한 최소한의 '필요악'으로서 사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사회계약론'에 근거해 모든 사회 구성원은 누군가 타인의 생명권을 침해할 경우 국가에 생명권의 박탈 여부를 결정하는 권리를 양도한 것이며 사람을 살해한 자는 자신의 생명을 박탈당해야 한다는 대다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윤리적 · 법적 확신이 사라지지 않는 한 사형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한다.

형벌의 위하력(겁주는 힘)은 간단한 금전적인 제재에 있어서도 드러나기 때문에 형법이 갖는 위하력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으며 오판의 가능성에 있어서는 인간이 행하는 모든 판단에 있어 오판의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을지라도 현재의 3심제나 증거재판주의는 오판에 대한 문제를 충분히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인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문제는 사형제를 유지함에 있어 개선돼야 할 문제이지, 폐지의 근거가 될 수 없으며 민주주의가 성숙한 국가에서는 법적 · 제도적 뒷받침과 판결에 이르는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성숙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사라지게 된다고 존치론자들은 역설하고 있다.

⊙ 사형제 폐지론의 주장

사형제 폐지 주장의 중심에는 인본주의가 있다.

사형은 사적인 살인과 달리 법에 의거한 합법적인 살인을 의미하는데 인간에게 생명을 부여할 능력이 없는 국가가 생명을 박탈할 권리를 가질 수 없음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즉 생명권은 모든 사람에게 있어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며 최고의 권리이므로 그 누구도 생명을 박탈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사형을 선고받는 범죄자의 대부분은 형벌의 두려움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기대하는 위하적 효과를 갖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사형을 폐지한 국가에서 사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범죄들이 증가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사형이 만약 오판에 기인해 집행되는 경우 당사자와 가족은 회복할 방법이 전혀 없는 신체적 · 정신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도 반대의 이유다.

게다가 사형제는 역사상 정치적 적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기 때문에 사상적인 확신범의 경우 정치적 이데올로기 문제로 확산돼 정치적인 숙적을 제거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폐지론자들은 이야기한다.

장은솔 한경경제교육연구소인턴(한국 외대 4년) energizer3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