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전통된장마을 준 된장명인.."장은 음식의 기본"


"장은 음식의 기본이요 기초에요, 장과 된장은 제 인생의 전부입니다."

입춘(立春)인 4일 전남 강진군 군동면 신기마을에서 만난 백정자(72) 할머니의 된장 사랑은 지극했다.

`전통된장마을'로 지정돼 지금은 대단위로 메주를 생산하고 있지만 백 할머니는 50년전 이 마을로 시집오면서 시어머니로부터 직접 장 담그는 법을 배웠다.

집집마다 내려오는 방법도 다르고 메주를 쑬 때 기본이 되는 콩과 물맛도 달라 장은 한집안의 음식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음식재료였다.

강진 된장은 주민들이 직접 기르고 수확한 콩을 맑은 물에 불려 가마솥에 5-6시간가량 삶아 만든 메주로 만들어진다.

한달간 맑은 바람과 따뜻한 햇살을 온몸에 받은 메주는 노란 살 위에 곰팡이 옷을 입고 다시 깨끗한 물에 씻겨져 천일염으로 만든 간수 속에서 숙성되면 비로소 장이 된다.

백 할머니는 평생을 된장 만들기에 전념해 지난해 6월 준 된장명인으로 지정됐고 두 아들과 며느리에게 장 만드는 법을 전수하고 있다.

메주를 손질하고 콩을 삶는 등 일하는 동안에도 백 할머니의 휴대전화는 주문 문의로 쉴새 없이 울렸다.

"된장은 내 인생의 전부"라는 백 할머니는 요즘 주부들이 장을 안 담그는 세태가 안타깝기만 하다.

돈만 있으면 뭐든지 사 먹을 수 있는 시대라지만 장을 담글 때 들이는 정성이 없는 음식은 영혼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백 할머니는 "집 구조가 아파트로 바뀌면서 장 담그는 집도 자연히 줄게 돼 안타깝다"며 "장은 음식의 기본이니만큼 장만큼은 주부들이 직접 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진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minu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