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형곤 친형 '수요일의 연인들'서 연극배우 데뷔

"직장을 떠나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열정만 있다면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에서 인사담당 상무로 재직해 온 김형준 씨가 53세의 나이에 연극배우로 변신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개그맨 고 김형곤의 친형인 김씨는 대학로 라이프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수요일의 연인들'에서 주인공 '존' 역을 맡아 무대에 서고 있다.

지난 18일 삼성전자를 퇴직하고 개인사업을 준비 중인 그는 "회사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시기에 열정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연극 무대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동생과 달리 저는 연극 무대 근처에 가리라고는 꿈도 꿔본 적이 없었어요.

학교 친구인 극단 라이프씨어터 대표가 제가 끼가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저를 연극 무대에 세우고 싶어했었는데 회사 들어와서 일하는 통에 잊고 지냈죠. 그러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아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아마추어가 아닌 정식 무대에 도전한 그에게 연습기간은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연습 중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든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동생 때문에 연극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개그맨 김형곤의 형이라는 사실도 부담이 됐다.

"발성 연습부터 시작해 대사를 외우고 이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죠. 대중 앞에 선다는 두려움도 떨치기 힘들었고요.

첫 공연을 하루 앞두고는 앞이 안보이고 도저히 무대에 설 수 없을 것 같아 술 마시고 극단 대표에게 전화해 '나를 왜 캐스팅했냐'며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한 달간의 연습을 거쳐 지난 11일부터 무대에 서기 시작한 그는 "하고 나니 성취감과 보람도 크고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제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실수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 뿐이었는데 세 번쯤 무대에 서고 나니 관객 반응도 보이고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잡히더라구요.

저처럼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면서 막막해하는 제 또래 친구들에게 열정만 있다면, 두려움만 떨친다면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것이 이번 도전으로 얻은 가장 큰 소득인 것 같습니다"
그는 "연출도 '예상보다 잘 했다'며 다음 작품도 같이 하자는 얘기까지 하더라"면서 "이런 기회가 또 온다면 다시 무대에 서고 싶다"며 웃었다.

연극 '수요일의 연인들'은 성공한 사업가인 유부남 '존'과 젊은 연인 '캐스' 사이에서 갈등하는 미혼녀 '앨렌'의 애정관을 경쾌한 코믹터치로 그린 작품이다.

김씨는 사업가 '존' 역을 성우 장광 씨와 번갈아 맡고 있다.

공연은 내달 4일까지.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hisun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