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당시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퇴임 직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임명되자 주변에서 "박 회장은 100배로 망(亡)했다"는 농담을 주고 받았다. 차관급 대우를 받는 청와대 수석의 연봉이 우리금융 회장이 받던 것의 10분의 1에 불과한 반면 업무량은 10배 이상 늘어난 것을 빗댄 것이었다.

윤진식 신임 경제수석 역시 그 기준으로 따지면 '100배'로 망한 사람이다. 윤 수석이 회장으로 있던 한국금융지주의 연간 임원보수한도가 50억원이고,사내 등기임원이 3명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상당 금액을 '날린'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윤 수석을 청와대로 직접 불러 "들어와서 일하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다면 끝까지 고사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법무법인 김&장의 고문으로 있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수출입은행장으로 재직했던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대폭적인 연봉 삭감을 감수한 경우다. 두 사람 모두 체력관리를 위해 출근 전 1시간가량 하던 아침운동은 수시로 열리는 청와대 회의가 아니더라도 살인적인 업무량 때문에 언감생심이다.

게다가 정무직도 생활인으로서의 고충까지 피할 수는 없다. 고도의 정책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고민과 함께 미국에 유학 중인 아들의 학비와 노후생활도 걱정해야 하고 자녀의 혼사를 비공개로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정신적인 하중(荷重)을 이기지 못하고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면서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유지창 전 은행연합회장은 "공무원은 성직이 아닌 직업이지만 한 치의 실수도 용납 않는 전지전능과 소명의식까지 요구한다"고 말할 정도다.

물론 정무직은 그 자체로 돈과 바꿀 수 없는 명예와 가치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육체적인 고통과 금전상의 손해는 물론 임명권자의 판단에 의해 언제든지 물러나 실업자로 전락하는 신분상의 불안까지 감수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그 대가로 현직에 있을 때는 물론 퇴임 후에도 사회적 존중을 받는 것이다.

안철식 지식경제부 2차관 처럼 최근 5년간 과로로 순직한 공무원이 414명에 달한다. 성실하게 직무를 다하는 공직자를 예우하고 존경하는 풍토도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