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각종 지표들이 지난번 외환위기 때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곤두박질치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수출을 비롯 민간소비,설비투자,제조업 가동률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광공업 생산실적은 오히려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부진할 정도로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5.6%에 이르렀는가 하면,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업들의 어닝쇼크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파만파(一波萬波)로 실물부문으로 번지면서 우리 경제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경제 악화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성장기여도가 가장 높은 수출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이미 두자릿수 감소율을 보이고 있으며,새해 들어서는 더 부진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이 이미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가운데 우리의 최대 교역상대국인 중국마저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7년 만에 한자릿수로 떨어지는 등 여건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에다 실업 증가,자산가치 하락 등을 감안할 때 성장 원동력인 민간소비 또한 회복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살아날 요인을 찾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실물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대책들은 제대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실물 쇼크를 예방하기 위한 금리인하 등 유동성 대책들이 나왔지만 돈은 돌지 않고 있으며,기업 구조조정 작업 또한 기대와는 달리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칫 실물 부문의 쇼크가 확산되면서 연쇄적인 금융 · 실물위기의 악순환에 빠져들 우려가 크다.

그런 점에서 설 이후의 실물경제 급랭에 대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 당국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컨틴전시플랜을 점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올해 경제운용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도 있다. 다음 주부터 94개 중소 건설사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2차 구조조정 작업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함으로써 금융권의 동반 부실화를 막는 데 만전(萬全)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