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은행들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때 국공채 이외에 약속어음이나 환어음도 담보로 맡길 수 있게 된다.

한은이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할 때 담보 부족으로 자금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을 막으려는 조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월 9일부터 금융기관의 담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한은 대출제도를 이같이 개선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한은의 대출 제도로는 총액한도대출, 일중당좌대출, 자금조정대출 등이 있으며 경제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때는 긴급대출이 도입될 수 있다.

지금까지 은행이 한은으로부터 대출받으려면 주로 국채, 정부보증채, 통화안정증권 등 국공채를 담보로 맡겨야 했지만, 앞으로는 기업 대출 과정에서 받은 약속어음이나 환어음도 담보로 제시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국내 은행이 보유한 국공채는 약 100조 원에 이르지만, 상당 부분은 이미 담보로 잡혀 있기 때문에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여유분은 작년 말 기준으로 약 20조 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약속어음과 환어음 등 신용증권이 담보에 포함되면 은행의 담보제공 부담이 한층 완화되게 된다.

한은의 허진호 금융기획팀장은 "앞으로 긴급 사태가 발생할 때 유동성 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사전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팀장은 "이 조치로 당장 은행의 대출이 늘어나는 효과는 없겠지만, 어음도 한은에 담보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은행이 어음을 받는 쪽으로 대출 행태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어음(CP)은 담보물에 포함되지 않는다.

CP는 기업들이 단기금융시장에서 자체적으로 발행한 어음이기 때문에 신용증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은 이와 함께 담보가액 인정비율 제도를 도입해 시장가격이 형성돼 있지 않은 국공채는 액면금액의 80%를, 신용증권은 금융기관 대출원금의 70%를 담보가액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는 어음 등을 담보로 받아들일 때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이준서 기자 jun@yna.co.kr